잃어버린 세계 The Lost World 1920년대 무성영화 시대의 특수효과를 볼 수 있는 영화. 조르주 멜리에스의 여러 가지 실험 이후 특수효과는 이미 무성영화시대에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셈이다. 물론 당대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해야 한다. 1925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지만 배경은 영국의 런던이다. 신문기자 말론과 과학자들이 아마존에 생존하고 있다는 공룡의 후예들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공룡 한 마리를 런던으로 무사히 데려온다. 그러나 공룡은 도시를 파괴한 후 다시 바다로 사라져 버린다. 이 소동의 와중에 말론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 해리 호잇 감독의 는 무엇보다 유성영화시대 이후 거대 동물이 도시를 휩쓸어버리는 영화들의 효시라고 할 만하다. 몇 년 후 이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윌리스 ..
황금우리 La jaula de oro 2013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디에고 쿠에마다 디에즈 감독이 현재 중남미 국가에 살고 있는 젊은이의 삶을 과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이런 유형의 영화를 보고 나면 그나마 한국에 태어난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기도 하는데, 그만큼 그 쪽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비참해 보이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에 살고 있는 10대 후반의 세명의 친구 후안, 사라, 사무엘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불법입국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 길은 쉽지 않다. 몇차례 고난을 겪으며 사물엘은 중도 포기하고, 아메리카인디언인 차우크가 그들과 합류한다. 그러나 미국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지옥의 여정이다.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를 거..
아내여, 장미처럼 妻よ薔薇のやうに, Wife! Be Like A Rose!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1935년 작품. 나루세 특유의 관조적인 화면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다가온다. 조강지처와 딸을 버려두고 게이샤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다분히 지지고 볶는 신파조의 막장드라마 구조로 보이는데, 나루세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서정적인 화면으로 막장 대신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1935년의 스토리라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두 명의 아내를 둔 아버지가 후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녀가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Les Plages D'Agnes - 위대한 여감독의 자서전 세계 영화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여류감독. 아네스 바르다. 그녀가 80살이 되어 자기 자신을 반추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바로 . 키도 작은 그녀가 백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아장아장 걷는다. 진정한 예술가에게는 천진난만함이 있다. 아네스,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한 시대를 풍미하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영화 안에서 잠시 나르시시즘에 빠진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한다. 아네스 바르다는 그녀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영화, 자신의 삶을 이토록 자신감있게 자랑할 수 있는 인생이란 얼마나 행..
킬링 소프틀리 Killing Them Softly - 미국은 나라가 아니다 앤드류 도미닉 감독의 . 미국은 나라가 아니라 전체가 비즈니스 사회다라고 말하기 위해 느릿느릿 종착지로 향한다. 그러니 국가 구성원들간의 공동체 의식이라든지 선한 의지는 돈의 위력에 한낱 공염불에 불가한 셈이다. 아무리 미디어에서 오바마가 등장해 미국은 강한 나라, 선한 나라라고 미사여구를 날리며 국민을 세뇌시키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을 축소한 내러티브안의 갱들은 돈을 위해 서로 배신과 죽음의 총알을 날릴 뿐이다. 미국은 비즈니스 사회일 뿐이다. 명확한 주제의식이 돋보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까지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심은 필요하다. 갱영화의 익숙한 패턴을 액션이 아니라 대사에서 가져오기로 하면서 이 영화는 연극을 보는 것 ..
리벤지 Revenge - 그녀의 화끈한 복수가 시작된다 부유한 유부남 리차드의 사냥 여행에 불륜 상대로 동행했던 젠. 즐거움도 잠시. 그녀의 육감적인 몸은 친구들의 성욕을 자극하고, 강간을 당하고 만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리차드는 젠을 절벽으로 밀어버린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젠은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는 그야말로 갈 데 까지 가보는 영화다. 앞 뒤 잴 것 없는 단순한 스토리는 오로지 복수의 처절한 쾌감만을 향해 달린다. 이 영화에서 상황이 말이 안된다거나 현실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그러라고 만든 영화인데다가 젠의 복수가 끝난 후 그녀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심 사항이 아니다. 그냥 영화 속 세계를 즐기면 되는 영화다. 또 다른 재미라면 는 감독이 여성이라서 만..
긴자화장 - 삶을 살아가는 그녀 유키코는 호스테스 생활을 하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키운다. 그녀는 전쟁 이후 남자때문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몸이지만, 바의 후배 교코에게 몸가짐을 조심히 할 것을 충고할 줄도 알고, 자신을 도와준 남자를 도와줄 줄도 아는 의리도 있다. 어느날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젊은 남자에게 잠시나마 연정도 품어 보기도 하지만 유키코는 아들과 함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영화답게 차분하다는 인상은 있다. 특별한 장식 없이 유키코의 삶을 소소하게 바라보는 스타일의 영화다. 나루세 감독이 보여주는 술집 여인들의 삶을 보노라면 그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유키코가 잠시나마 연정을 품었던 남자를 교코에게 뺏기는 장면에서는 시절의 보낸 여..
해적들의 도시 La Ville Des Pirates - 난해한 80년대 아트필름 칠레 출신이면서 유럽에서도 꽤 활약을 한 아트영화계의 거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영화세계를 내가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어울리려나. 아니면 그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자위라고 치부해 버리는 게 더 어울리려나. 라울 루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든 84년 작품 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70~80년대풍 예술영화인건가? 아니면 장 뤽 고다르풍으로 관객들이 이해하든 말든 나는 내 스타일로 간다는 걸까? 어쩄거나 영화는 요 몇년을 통털어 지루함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참고 참아가며 영화를 다 본다고 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순 없었다. 딱 하나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에 대한 한 여인의 내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