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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의 도시 La Ville Des Pirates - 난해한 80년대 아트필름
칠레 출신이면서 유럽에서도 꽤 활약을 한 아트영화계의 거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영화세계를 내가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어울리려나. 아니면 그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자위라고 치부해 버리는 게 더 어울리려나. 라울 루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든 84년 작품 <해적들의 도시>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70~80년대풍 예술영화인건가? 아니면 장 뤽 고다르풍으로 관객들이 이해하든 말든 나는 내 스타일로 간다는 걸까? 어쩄거나 영화는 요 몇년을 통털어 지루함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참고 참아가며 영화를 다 본다고 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순 없었다. 딱 하나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에 대한 한 여인의 내면을 혼란스럽게 묘사한 걸까? 하지만 피터 팬을 끌어들이며 10년 마다 오는 가족대학살이라는 소재가 뭘 의미하는 지도 여전히 오리무중.
인물들은 영화 내내 대화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그저 독백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이어보려는 노력도 일치감치 포기. 결국 영화를 끝가지 보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보다는 촬영 그 자체였다. 정말 훌륭한 장면들이 계속 스쳐지나가니 눈을 떼기는 힘들다. 대신 감기는 눈을 뜨고 있어야 이런 풍경이나마 감상할 수 있다. 사실 라울 루이즈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걸 이렇게 난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영화가 대중과 호흡하겠다는 친절함이 없으면서 대중을 후안무치로 몰아가는 거 20대 시절에는 대단한 건줄 알았는데 이제는 지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런 난해한 아트필름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참고 보다 보면 누군가는 의미를 길어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기도 하고 말이다. 어쨌거나 이 영화에 비하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대단히 친절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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