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진 감독의 78년 작품 는 가난하지만 건전하게 살고 있는 70년대식 모범가족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7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이상무 화백의 만화 과 많이 겹쳐 보인다. 인물구성이나 집안 세트가 비슷해 보여 영화가 낯설지 않다. 만화책도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영화도 착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내와 사별한 벙어리 청소부 윤달수는 4남 2녀의 자식을 두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결혼해 회사에 다니고, 둘째는 고시공부중이며, 셋째이자 큰딸은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집안을 돕고 있으며, 넷째는 고3이며 권투선수, 다섯째는 고등학교 모범생, 막내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하지만 청소부 월급으로 자식들을 ..
박호태 감독의 는 이장호 감독의 이후 붐을 이루었던 호스테스를 소재로 한 영화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유지인, 장미희와 함께 2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7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정윤희가 예의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불행한 여성을 연기한다. 77번 윤고나는 모든 손님이 찾는 가장 인기가 많은 호스테스. 하지만 그녀에겐 아픔이 있다. 아버지에 의해 팔려가다 시피 한 송계남과의 결혼은 딸 하나를 두었지만 불행의 연속이다. 결국 딸을 잘 키우기 위해 호스테스가 되어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기로 결정했던 것.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문병길. 그는 고나에게 청혼하지만 고나는 망설인다. 사라졌던 남편이 딸마저 데려가자 고나는 절망에 빠진다. 병길의 사랑으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딸을 위해 병길을 포기..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사업가 최회장은 고국에 버려둔 딸을 찾지만 이미 죽었다는 소식에 낙담한다. 한국전쟁 이후 고생하던 시절 자신이 살던 지역을 둘러보던 최회장은 자신의 집 근처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는 꼬마를 발견하고 측은지심이 생긴다. 아이의 엄마 윤이는 가난 때문에 호스테스로 일하고 있지만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익숙치 않다. 옆집에서 하숙하는 허기자는 윤이를 사랑하고 있다. 최회장의 특종을 바라는 신문사 데스크의 성화가 점점 치닫는데 최회장은 꽁꽁 숨어있다. 최회장은 윤이를 자신의 딸이라 생각하고 모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딸이 아님을 아는 윤이는 괴롭다. 결국 아이만 남겨두고 집을 나오는 윤이. 엄마를 기다리던 아들의 교통사고. 결국 윤이는 이 모든 것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최회장의 양..
정인엽 감독의 는 어떻게 보면 70년대 후반 한국영화의 자양분을 귀신같이 흡수한 영화처럼 보였다. 걸작이라는 것이 아니라 약삭빠르다고 해야 할까? 70년대 후반기 호스테스 영화 붐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것. 70년대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들의 굴곡진 인생역정을 가장 대중적인 문법이라고 할 여러 남자 거치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 더군다나 일방적으로 그 피해를 남자들의 기득권이나 잘못된 사회의 시스템에서 찾는 노력을 포기함으로써 검열을 피해가고 있는 것 등. 이 영화는 당시의 가장 대중적인 화법을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았다. 는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 물론 그 일등공신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정윤희라고 해야 한다. 이 영화는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정윤희의 영화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에서 정윤희는 그 어떤..
하길종 감독의 이 올레TV 에 있길래 또 보았다. 여러 번 보는 거지만 역시 볼 때마다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이 숨어 있다 나타난다. 어떻든 이제는 스토리를 다 알기 때문에 좀 더 세부적인 면을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았던 사회 정치적인 면등등을 떠나 이번에는 정말로 주인공인 이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철의 방황이나 병태의 패배주의 등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70년대라는 유신 상황에서 병태와 영철, 영자와 순자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데, 그것이 현실에 안착해 있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에 서글프더라. 그렇다면 그들은 꿈이 없거나, 혹은 꿈을 꿀 줄도 모르거나, 아니면 꿈을 꾸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하길종 감독은..
최하원 감독의 1975년 작품 은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둔 미감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70년대 중반에 활발하게 활동하다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어 사라진 여배우 나하영과 하명중이 주연으로 나온다. 나하영이 나온 영화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참 예쁜 여배우다. 연기도 안정적인 편이라 좀 더 활동을 했어도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는 아까운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화랑에 아버지의 그림을 팔러 온 유혜(나하영)는 화가 성진(하명중)을 알게 된다. 둘은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유혜는 성진에게 마음을 활짝 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답답해하던 성진은 유혜가 나병 아버지를 둔 미감아로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자랐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회사를 운영하는 성진의 아버지와 형은 그들의 결합을 ..
영화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박태원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77년에 개봉된 이라는 영화다. 어릴 때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 있는 영화다. 얼마전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재미는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히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다. 은 1973년에 개봉된 을 만든 박태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유신시절에 많이 만들어졌던 계몽영화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희망자율원이라는 일종의 청소년 선도기관을 운영하는 전직 검사의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자 하는 4명의 우범소년들이다. 하명중, 김도향..
석래명 감독의 은 의 공식속편이라 할 수 있다. 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김응천 감독이 를 바로 개봉시키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 뒤를 이어 석래명 감독은 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의 하이틴물들이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남발하면서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을 보는 동안 당시의 영화제작자나 감독들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태도로 제작에 임했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은 전편인 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초반에 얄개 두수(이승현)의 누나(정윤희)와 매형(하명중)에 대한 심술궂은 장난끼를 전시하고, 중반부는 호철(김정훈)을 통해 면학과 학생다움에 대한 설명을, 후반부엔 호철의 전학을 통해 우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설교한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디어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의 구조를 피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