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퇴 (우리는 이렇게 싸웠다) 는 로 주목을 받은 이강천 감독이 1956년에 다시 내놓은 전쟁 영화다. 이 북한군을 인간적으로 묘사하여 반공정신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에서는 용감히 싸우는 군인들의 희생과 전우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티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김만술 상사와 그 부대원들의 실화를 영화화했다고 한다. 6.25전쟁. 물자도 포탄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애국심과 전우애로 베티고지를 지켜낸 이야기다. 영화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영화의 스텍터클을 강조하고 있다. 선과 악이 분명한 상황에서 아군과 적군의 동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전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이사이 전우애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띤다. 전쟁에서 무조건..
한국전쟁 기간중에도 영화는 피난지에서 계속 만들어졌다. 기록에 의하면 14편의 극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민경식 감독의 1952년 작품 는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 시절의 한국영화로 아주 귀한 영화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이 기록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씌어진 것이다. 2012년까지 한국전쟁기간에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 영화를 대구에서 발굴했던 것. 최근 한국영상자료원 VOD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보정을 거쳤지만 발굴된 필름 상태가 워낙 열악해서 화질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무성영화로 감상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꽤 재미있었다. 영화 시작전 친절하게 줄거리가 소개되기 때문에..
홀쭉이와 뚱뚱이는 군인이 되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홀쭉이는 지나치게 저체중, 뚱뚱이는 지나치게 과체중이어서 불합격을 받아 군인이 될 수가 없다. 이에 홀쭉이 뚱뚱이는 상사를 찾아 꼭 군인이 되고 싶다고 부탁하고, 그들의 노력에 상사는 특별히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홀쭉이와 뚱뚱이는 다른 훈련병들과 우정을 쌓으며 무사히 훈련을 마친다. 양훈과 양석천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관객을 웃겼던 코미디 콤비다. 58년 개봉작인 이후 두 사람만 따로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시리즈다. 필름이 남아있는 건 뿐이지만, 그 외에도 로 이어졌다.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양훈과 양석천 콤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화다. ..
산부인과 의사 송희와 동료 의사 원규는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다. 같은 병원 간호사 자영 역시 원규를 짝사랑하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만 번번이 원규로부터 거절당한다. 병원에 소설가 민도의 아내가 입원하게 되는데, 민도는 송희에게 흑심을 품는다. 민도는 집요하게 송희와 만남의 시간을 만든다. 이렇게 송희와 원규는 자영과 민도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를 한다. 결국 원규가 앓아 눕는다. 자영은 의도적으로 송희와 만나지 못하게 한다. 이 와중에 민도는 송희를 강간한다. 이 상황에서 아버지마저 송희를 비난하자 자살을 결심하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원규가 송희의 자살을 막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영화 상영시간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에서 사운드가 소실되어 대사를 들을 수 없다. Kmdb의 영화 줄거리를..
설희가 속해 있는 사교모임에 광주에서 올라온 의학도인 철규가 가입한다. 철규는 모임의 회원인 영옥의 정혼자이지만, 곧 설희와 사랑하게 된다. 영옥은 젊은 세대로서 그 상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설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설희가 실은 고아였음을 말해준다. 상황은 이러하다. 설희의 양모인 유금지는 과거에 철규의 아버지이기도 한 닥터박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결합하지 못했다. 아이가 없던 금지에게 닥터박은 자신의 외도로 태어난 설희를 맡겼던 것. 비로소 철규는 아버지가 설희와의 결합을 반대했던 것을 이해한다.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설희는 닥터박을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철규와는 남매로 남게 된다. 이용민 감독의 은 신문연재소설이 원작이다. 당시 신문에 의하면 원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김지미를 중심으로 한 신..
김기영 감독의 는 1955년에 개봉된 에 이어 개봉된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스타일적으로는 이후 펼쳐질 '김기영스러움' 혹은 '김기영스럽다'를 연상하게 하는 김기영 특유의 양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회비판적 스토리도 아주 좋다.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의 횡포와 이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수동과 옥랑의 비극적 사랑은 어쨌거나 양반 아들의 방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초들은 강하다. 마지막 장면이 유실된 영화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시나리오와 생전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유실된 장면은 수동의 어머니가 옥랑을 죽인 후,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진사를 죽이는 결말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김기영 감독은 를 통해 지배계급의 횡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
안석영 감독의 1937년 작품 은 러시아의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되었는데, 아쉽게도 14분 정도의 분량만 남아있다. 이미 완전한 작품형태로 남아 있는 1934년 작품와 1936년 작품 을 통해 당시 식민조선의 영화의 느낌과 성취를 알 수 있었는데, 비록 14분 분량이긴 하지만 을 통해서도 당시의 영화문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은 익히 알려진 고전을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더 동화될 수 있었고,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의 심청의 심리묘사를 다룬 시퀀스는 꽤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 영화를 통한 당시의 평은 각색이 없다는 등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영화는 릴이 시간순서대로 전해진 것 같진 않았다. 설명책자에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 어쨌든 이 순서가 ..
한국 최초의 홍콩과의 합작영화이면서 최초의 컬러영화라는 타이틀까지. 필름이 사라진 이 영화가 발굴되어 개봉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손꼽아 상영일을 기다린 건 당연하다. 영화 상영에 앞서 이국정원을 수입하게 된 경로를 우여곡절의 사연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의도치 않은 무성영화라는 점이 아쉽지만 자막이 제공된다고 하니 다행이라 여기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발굴의 의미 외에는 영화의 수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합작이라고는 해도 한국영화라 생각했으므로, 그 당시, 1957년의 영화 수준이거나 혹은 조금 못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면서는 의외로 때깔이 좋아서 "어~" 했다. 물론 필름상태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했다고 하나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