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연말, 연초 각종 미국의 시상식을 휩쓸 조짐을 보였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는 이번 2019 골든 글로브에서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며 그 출발을 알리고 있다. 아마 지금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빗자루를 들고 흩어져 있는 각종 영화상 트로피를 쓸어 담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아카데미 트로피일 것이고 말이다. 그럴 자격이 있는가요? 하고 묻는다면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해야 할 정도로 영화 는 조용하고 시적이지만 강렬한 한방을 준다. 멕시코 중산층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는 클레오는 거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일하고 있는 집의 가장이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숨기고 싶다. ..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아가 된 6살 프리다는 외삼촌집에서 살기로 한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친딸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프리다는 사촌동생 아나와 1993년의 뜨거운 여름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나 프리다는 외삼촌집에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름대로 반항도 해보지만 프리다는 자신의 위치를 서서히 알게 된 걸까? 하염없이 운다. 고아가 된 6살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밖에 없다. 카를라 시몬 감독이 느리지만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상실감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여자아이의 삶이다. 자잘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어른이 된 지금 프리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보다는 조카를 키우게 된 외삼촌 부부의 감정에 더 동일화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엄마의 죽음의 원인은..
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시리즈를 볼 때마다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마 다음편이 나온다면 그게 가장 재미있을 확률이 크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게 시리즈는 만족도가 아주 놓은 편에 속하는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이나 새로 리부트된 과 함께 항상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1996년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1편이 처음 나왔을 때는 톰 크루즈보다는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니까 브라이언 드 팔마가 자기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힌 미장센을 선보이면서 이 영화는 작가영화처럼 분석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2편에서도 오우삼 감독이 홍콩 느와르 영화의 이미지와 미장센을 활용하면서 작가적 색..
마블 시리즈는 이제 최고의 영화 프랜차이즈라 할 만 하다. 아마 최근 오락영화로서는 최상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DC가 쫓아갈래야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발군의 개성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마블 시리즈를 잘 모르는 평범한 영화 아재인 나는 모든 마블 영화를 재미있게 보진 못한다. 가장 좋았던 것이 토비 맥과이어가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니 말 다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마블시리즈의 계보에 대해 잘 모른다. 호불호도 강한 편이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재미없을 때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없게 보곤 했다. 그러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 시리즈의 어디쯤 위치하며, 인피니트 워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솔직히 1편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모듬 테잎만..
몇 년 전에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영화가 동시에 선보인 적이 있다. 타셈 싱 감독의 와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한 같은 영화들이다. 그 당시에는 백설공주라니 하며 볼 생각도 안했다. 이미 동화책으로 읽었고, 디즈니 만화도 봤으며, 원본이라 해서 발칙한 내용이 들어있던 소설도 읽었다. 새롭게 각색한다고 해도 백설공주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겠지 싶었다. 그렇게 관심 없던 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올레TV에서 무료영화로 등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셈 싱 감독이라는 것도 조금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영화는 딱 내가 상상하는 만큼 각색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는 동안 지루함보다는 생각 외로 꽤 재미가 있더라. 백설공주가 왕자가 키스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알 수 ..
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프랑스산 재난영화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우선 재난영화라고 하면 아미 할리우드풍의 영화들. 그러니까 땅이 폭싹 꺼지는 라든지 추위가 온통 지구를 꽁꽁 얼려버리는 라든지,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초토화시켜버리는 그도 아니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는 등 블록버스터급의 액션과 스케일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가 영웅이 되어 아무리 급박한 위기에서도 초인적으로 활약하며 가족을 구해내면서 안도감을 갖게 하는 형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니엘 로비 감독은 그러한 스텍터클한 화면과 액션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는 보통의 관객이 프랑스 영화라 하면 가지게 된 뭔가 예술적일수는 있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라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편이라고..
50년대 여배우 글로리아 그래이엄은 누와르 영화에서 낯이 익다. 특히 프리츠 랑 감독의 에서 그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 그녀가 전성기가 지난 후 50대에 이르러 죽기 직전까지 마지막 사랑을 했다는 것을 을 보면서 알게 된다. 여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녀의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글로리아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네 명의 남편에게서 각각 네 명의 아이를 두었다는 것도 그녀답지만, 아들과 나이차가 거의 없는 남자와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는 그 대담함도 아마 거칠 것 없었던 자신의 젊은날 인생으로부터 비롯된 자신감일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대담한 도전은 힘이 들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연극 공연을 ..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러시아와 북한의 지원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는 8살 여자아이 진미가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라고 말해지지만 알고 보면 진미의 생활 자체가 거짓으로 꾸며져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이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셈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찍었다는 다큐멘터리. 북한은 자신들의 나라가 지상낙원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었던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낙원의 실체가 자본주의 세계 사람들에게는 조지 오웰의 를 능가하는 통제사회일 뿐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결국 그들 북한이 생각하는 낙원은 자본주의 사람이 생각하는 지옥의 모습인 셈이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의도적으로 북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