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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부. 주인공 네지코와 오토코의 등장. 인물과 배경이 만들어내는 스타일리쉬하고 감각적이며 표현주의적인 미장센은 꽤 매력적인 영상미를 만들며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내용전개의 아쉬움. 초반의 영상미를 이어가지 못하는 연극적으로 느껴지는 구성의 단조로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관계들이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단조로움을 배가시키는 듯.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스스로 죽지도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 나약함이 곳곳에서 배어나오는데 오시마 감독이 당시의 일본을 이토록 무력하게 바라보았나 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무력함은 변혁 대신 제도에 순응하는 일본인을 보여주는 듯하고, 치기어린 17살은 사고 없이 폭주하기만 하는 당시의 청소년 세대를 통해 일본의 미래를 비관..
쿠치의 여름 몇 년 전까지는 기계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했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화된 도시의 아이가 등장하여, 디지털이 그다지 쓸모가 크지 않은 시골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장초치 감독의 은 도시와 대비되는 시골생활을 풍부한 서정성으로 풀어낸 영화다. 도시의 아이 샤오바오는 디지털세상에서 소통의 부재와 관계의 단절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조차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방학동안 시골로 내려와 할아버지와 친구 뭥치안,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웃음을 찾고, 친구의 죽음과 할아버지의 수술을 보며 영원히 곁에 머물 수만은 없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극복하면서 조금씩 내면이 성장한다. 익숙한 패턴의 스토리지만 풍부..
80년대 대만 뉴시네마에 깊은 인상과 영향을 받은 많은 감독들과 평론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대만 뉴시네마를 조명해 보는 다큐멘터리. 재미있는 건 동양권 감독과 서구의 감독들이 대만뉴시네마를 바라보는 관점이 약간 다르다는 것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를 비롯한 서구의 감독들은 대체적으로 대만 뉴시네마가 서구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보여줘서 새로웠다고 말한다. 198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비정성시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는데 80년대 내내 새로운 흐름이었던 대만뉴시네마를 중국어권에 대한 인정의 방식으로 주었다는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아시아권에서는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대만 뉴웨이브의 스타일에 주목하면서 서구 감독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반면 일본이나 중국의 감독이나 평론가들은 대만의 역사와 ..
스타일이 전부인 영화이자 실험적인 영화이면서 누벨바그 시절 고다르의 영향 아래 있는 영화인 듯하면서 60년대 모더니즘의 영화. 스즈키 세이준이 감독한 이 영화. 살인의 낙인에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거나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하면 낭패다. 소개합니다. 킬러 이름은 하나다. 볼 살 토실토실한 귀여운 시시도 조의 연기. 그의 아내는 색정광. 조직으로부터 이런저런 사건을 의뢰받아 끝내주게 성공. 미사코로부터 의뢰받은 살인. 그 살인 의뢰는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사람을 차례로 죽이고 그걸 조사하러 온 외국인을 죽이는 것. 하지만 실패. 이때부터 조직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음. 이어지는 아내의 배신, 미사코의 실종. 넘버 2,4,5를 모두 죽이고, 3은 어디에? 넘버3는 바로 자기 자신. 이제 넘버1의 집요한 살해위..
재능이 없거나 가난하거나 기회를 잡지 못해서 자신의 꿈에 접근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브지안이 우연히 이란의 대표적 감독인 모흐센 마흐발마프 감독으로 오인받고 일어나는 일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다큐와 픽션을 섞어 만들었다. 주인공인 사브지안의 대사 중 감독이 되었을 때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는 장면이 있다. 하층민이었던 그가 평소엔 무시당하다가 마흐발마프로 오인된 이후의 그의 말은 ‘같은 말이지만’ 존중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사회가 여전히 계급사회임을 알게 해준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가 허구의 세계이긴 하지만 현실은 허구보다 더 허구 같은 곳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영화를 보고 있자면 사브지안이 처한 현실을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던 평범한..
낙타는 검문소의 차단기가 내려와 있어도 전혀 구애받지 않고 이쪽과 저쪽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낙타에게는 자유가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중동이라는 지리학적 구도 속에서 국가가 강요하는 폭력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성인잡지의 요란한 누드사진 속 여자의 가슴을 X표시로 가려보려 해도 유두는 튀어나오는 것처럼, 두 눈을 가린다고 해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 눈물은 흐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결국 국가가 강요한 폭력의 흔적을 땅에 묻는다고 진실마저 같이 묻힐 순 없고, 아들을 그 국가가 강요하는 폭력에서 구출해 낼 수도 없는 것이 폭력의 구조를 만들어내고야 만 인간이 처한 딜레마다. 사무엘 마오즈 감독이 이스라엘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의 과거도 떠올..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왕가위 감독의 2007년 작품 . 보고 있자니 막연한 감정이라는 것이 막 올라온다. 그 막연함은 1990년대 중반을 향수하는 감수성일지도 모르겠다. 이 지점에서 2007년 작품 는 1990년대 중반 작품인 과 와 조우한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전성기를 회고한다. 그의 스타일. 그의 대사. 그의 음악. 그의 감수성을 추억한다. 그래서 는 왕가위가 자신의 영화 과 의 감성과 자신의 젊은날의 회고를 섞어 만든 리메이크다. 노라 존스가 주인공이니 이 영화에는 그녀가 부르는 감미로운 음악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아주 살짝 편곡된 듯한 의 스코어다. 이 영화에는 왕가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총집약되어 있다..
아내여, 장미처럼 妻よ薔薇のやうに, Wife! Be Like A Rose!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1935년 작품. 나루세 특유의 관조적인 화면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다가온다. 조강지처와 딸을 버려두고 게이샤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다분히 지지고 볶는 신파조의 막장드라마 구조로 보이는데, 나루세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서정적인 화면으로 막장 대신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1935년의 스토리라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두 명의 아내를 둔 아버지가 후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녀가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