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하룻밤 우연히 동혁과 만난 혜린은 5년전을 회상한다. 자신의 환경을 비관하며 엄마의 무덤이 있는 고향에서 자살을 결심 했던 혜린은 동혁을 만나 위안을 받고 하룻밤을 보낸 후 삶의 의욕을 찾는다. 하지만 곧 임신을 했음을 알게 되고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라졌던 것. 동혁은 혜린의 아들 훈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혜린은 다시 한번 동혁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모가 있는 어촌으로 가지만,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폭행하고 체포된다. 아들 훈을 동혁에게 보내고 교도소에 수감된 혜린은 출소 후 그들을 떠나려 하지만 엄마를 찾는 훈을 외면하지 못하고, 동혁과 그의 아내도 훈을 혜린에게 보낸다. 60년대 후반 이후 계속 반복, 변주되고 있는 아이를 둘러싼 한 남자와 두..
타인의 방김문옥 감독의 은 1980년 1월 1일 신정특선영화로 개봉되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 기대작이었던가 보다. 하지만 이런 기대작의 영화적 완성도는 솔직히 처참할 지경이다. 김문옥 감독은 죄송하지만. 내 기준에서. 몇 작품을 본 결과로. 한국에서 가장 영화를 못 만드는 감독중의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만하다고 생각한다. 데뷔작인 부터 김문옥 감독은 영화의 기본이 제대로 안되어 있었구나 싶었다.(일개 영화팬의 의견일뿐이다.) 물론 당시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상황이나 한국영화계의 한계가 있었다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시나리오를 부실하게 만들지는 않을 터. 그러므로 김문옥 감독은 총체적으로 재능이 없는 감독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최인호의 원작이 이렇게 허접할리는 없으니 결국 이것도 감독탓이리라...
1979년 한국영화 흥행 1위. 이 영화의 무엇이 관객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을까? 영화를 다 본 후의 나의 느낌은 김수현이 쓴 각본의 힘은 있어 그럭저럭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많다 보니 차별점을 찾지 못해 식상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 1978년에 흥행한 내가 버린 여자의 속편 느낌도 강하다. 친구들과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꽃뱀인 명숙이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리고, 그녀를 구해준 돈 많은 홀아비 민하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의 과거로 인해 위기가 닥친다... 정소영 감독의 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영화의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저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말하는데, 그저 착한 남자와 발랑 까져 보이지만 실..
여대생 가정부 - 1970년대 여대생은 슈퍼우먼? 가정주부인 현심은 살림에 관심이 없다. 가정부를 들이려고 하나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던 중 선희라는 아가씨가 가정부로 들어와 콩가루 같았던 집안은 조금씩 질서가 잡혀간다. 알고보니 그녀는 논문을 쓰고 있는 여대생 이었던 것. 선희는 헌신적으로 일하며 현심의 가정을 올바른 모범 가정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지만 그들의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날 현심의 계가 깨어지자 남편의 공금으로 메꾸는 일이 발생한다. 선희는 위기에 봉착한 현심의 가정을 위해 평생 모은 적금을 내 놓는다. 한달 후 선희가 떠나는 날. 알고 보니 선희는 현심의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회장 딸이었다. 박윤교 감독이 만든 는 청춘영화의 외피를 두른 전형적인 유신시대의 계몽영화다. 이..
영화 제목이 어떻게 보면 예쁘기도 한 것이, 촌스럽기도 하고, 오글거리기까지 하는 는 다작 감독 중의 한명인 이형표 감독이 1977년에 발표한 청춘영화다. 가장 예쁜 시절의 이덕화와 유지인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리즈 시절의 두 사람을 보는 재미는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요양차 섬으로 온 현아. 민속학 전공자로 섬의 민속에 대해 연구하러 온 승일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 갈수록 현아의 병세는 심해진다. 현아는 승일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서울로 와 병원에 입원한다. 실연의 상처에 아파하던 승일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두사람은 극적으로 만난다. 그러나 현아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영화는 섬에서의 장면들은 재미있게 볼 만하다. 섬과 바다라는 시원한 배..
박호태 감독의 는 이장호 감독의 이후 붐을 이루었던 호스테스를 소재로 한 영화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유지인, 장미희와 함께 2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7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정윤희가 예의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불행한 여성을 연기한다. 77번 윤고나는 모든 손님이 찾는 가장 인기가 많은 호스테스. 하지만 그녀에겐 아픔이 있다. 아버지에 의해 팔려가다 시피 한 송계남과의 결혼은 딸 하나를 두었지만 불행의 연속이다. 결국 딸을 잘 키우기 위해 호스테스가 되어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기로 결정했던 것.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문병길. 그는 고나에게 청혼하지만 고나는 망설인다. 사라졌던 남편이 딸마저 데려가자 고나는 절망에 빠진다. 병길의 사랑으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딸을 위해 병길을 포기..
영주는 준영을 아빠에게 보내고 낙도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돌보며 애써 담담하게 살고 있지만 큰 병에 걸리고 만다. 동료 의사는 우연히 준영의 사진과 주소를 발견하고 편지를 보낸다. 엄마가 미국에 있는 줄로 알았던 준영은 엄마를 찾아 떠난다. 세준은 영주를 서울의 병원에 입원시킨다. 준영은 영주와 살 희망을 품는다. 영주는 그런 준영을 나무라지만 세준은 영주와 준영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한다. 엄마와 만나기로 한 날. 빗 속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준영은 떠나려는 엄마를 붙잡는다. 그야말로 지친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가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둔 아류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속편에 이르러서는 닳고 닳은 진부한 3류 드라마로 급전직하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린 준영의 감정을 그저 우는 ..
내가 좋아라하는 배우 문숙. 이만희 감독이 죽은 후 한국을 떠났던 문숙. 은 문숙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의미가 있다. 문숙이 활짝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언젠가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문숙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40년의 세월을 건너 뛴 모습이지만 여전히 곱고 아름다웠다. 바로 앞에 있어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지 뭔가. 싸인이라도 받아보는 건데 하며 나의 소심함을 탓했더랬다. 문숙의 마지막 영화인 박남수 감독의 은 70년대 젊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때 젊은이들은 참 많이도 뛰어다닌다. 혼자 뛰고, 손을 잡고 뛰고, 가방을 빙빙 돌리면서 뛴다. 마치 뛰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이 영화의 주인공 난영과 진호도 열심히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