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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 장미처럼 妻よ薔薇のやうに, Wife! Be Like A Rose!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1935년 작품. 나루세 특유의 관조적인 화면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다가온다.

 

조강지처와 딸을 버려두고 게이샤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의 이야기. 이렇게 보면 다분히 지지고 볶는 신파조의 막장드라마 구조로 보이는데, 나루세 감독은 주요 인물들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서정적인 화면으로 막장 대신 고급스러움을 만든다.

 

1935년의 스토리라 지금의 상황에 대비하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두 명의 아내를 둔 아버지가 후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녀가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태도 때문이다. 반면 본처인 키미코의 어머니는 아내이면서 시인이기도 한데, 그러다보니 남편보다는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건 딸인 키미코도 불만을 내비칠 정도인데, 현대여성이라 할 키미코가 후처에게 감정을 이입함으로써 관객 역시 키미코처럼 아버지의 불륜을 인정하게 된다. 여인의 도리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영화가 된 셈이다.



요즘은 받아들이기 힘든 낡고 옛스러운 주제이기는 하나 나루세 감독은 유려한 카메라와 편집, 촬영으로 커버하면서 인물간의 농밀한 대화와 연기로 고급스러움을 잘 살린 연출은 아주 훌륭하다. 초반부는 조금 지루하다 느꼈는데, 키미코가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부터는 이 영화의 진가가 발휘되면서 잘 짜여진 수준높은 홈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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