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여자 Zjednoczone Stany Milosci/United States of Love 이제 막 1990년대가 시작되고, 이제 막 공산주의를 포기하려고 하는 폴란드의 색채는 회색이다. 그러므로 그 색깔은 공산주의 체제하의 폴란드가 억압을 일상화하면서 모든 욕망이 화려한 색채로 분출되지 못하고 회색빛 아래에 감춰진 채 집착으로 퇴행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색채라 할 만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네 명의 여성 아가타, 레나타, 이자, 마르제나의 이야기는 느슨하지만 서로 연결된 채 그녀들의 억압된 욕망을 이야기한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은 결국엔 외로움으로 남는다. 이제 1990년대가 시작되면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폴란드는 그녀들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 네 명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
렛 더 선샤인 인 Un beau soleil interieur 만약 끌레르 드니 감독이 이 정도의 명성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면 영화 은 그저 평범한 영화로 치부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었다. 또한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이 시나리오에 이토록 대단한 배우들의 모이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한 여성의 자아찾기와 사랑과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참 평이하고 지루하게 펼친다. 특히 실망스런 장면은 마지막 시퀀스다. 줄리엣 비노쉬와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이자벨의 애정운에 관해 이야기하는 긴 대사를 견디고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마음을 열어라라는 충고를 들을 때는 허탈하기까지. 내가 이런 뻔한(?) 결론을 들으려고 그 지루한 시퀀스를 견뎠던가 하고. 과연 이런 연출이 최선이었던가 하고. 그 동안 발표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 X-Men: Dark Phoenix 모르고 있었는데 사이먼 킨버그 감독의 가 거의 20년을 이어온 엑스맨 시리즈의 마무리였다고 하네. 엑스맨 시리즈의 빅팬은 아니지만 이정도의 마무리라면 조금 아쉬움이 생긴다. 무엇보다 이전 시리즈에서 봐 왔던 인물들 매그니토나 프로페서 X등 여러 캐릭터들이 진 그레이의 고뇌와 성장이라는 서사에 묻혀버려 매력이 반감되었다는 것이 좀 아쉽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진 그레이라는 여성인데 그녀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다 보면 울버린의 마지막이었던 로건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하지만 로건에 비해 진 그레이에게 주어진 서사는 좀 빈약하다 느꼈는데, 진의 내면에 있는 아이의 트라우마에 공감을 하면서도 솔직히 표현방식이 너무 신파적이고 대사 역시 진부하게 느껴지면서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왕가위 감독의 2007년 작품 . 보고 있자니 막연한 감정이라는 것이 막 올라온다. 그 막연함은 1990년대 중반을 향수하는 감수성일지도 모르겠다. 이 지점에서 2007년 작품 는 1990년대 중반 작품인 과 와 조우한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전성기를 회고한다. 그의 스타일. 그의 대사. 그의 음악. 그의 감수성을 추억한다. 그래서 는 왕가위가 자신의 영화 과 의 감성과 자신의 젊은날의 회고를 섞어 만든 리메이크다. 노라 존스가 주인공이니 이 영화에는 그녀가 부르는 감미로운 음악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아주 살짝 편곡된 듯한 의 스코어다. 이 영화에는 왕가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총집약되어 있다..
그 동안에 Meanwhile 미국 인디영화계의 고다르라 불리기도 했던 할 하틀리 감독의 2011년 작품 . 이미 할 하틀리 감독의 여러 작품이 나의 마음을 쥐고 흔들기도 했는데,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 뭔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은 그야말로 걸작이라 할 만 했고, 다소 아쉬웠던 도 마음에만 안 들어왔지 나쁜 영화가 아니다. 역시 느낌이 좋은 작품으로 보고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전히 특유의 할 하틀리스러움이 있는데, 특히 평범한 뉴욕의 거리와 건물을 보여주는데 카메라 움직임이나 앵글이 정말 딱 맞아 떨어진다 할 정도로 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느낌은 홍상수의 영화를 볼 때도 간혹 느끼곤 하는데 말이다. 정확한 위치의 카메라가 평범한 사물을 얼마나 아름답게 담아낼 수..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Men in Black: International 오리지널 1편과 2편은 극장에서 봤고, 가물가물하지만, 1편은 소재의 특이함에 개그적인 재미가 있었고, 2편은 그야말로 실망했던 기억이 있고 3편은 그냥 건너뛰었다. 그러니 시리즈의 4편격 혹은 리부트라 할 만한 것이 이다. 오래만에 나온 시리즈의 속편이라 변화를 준 부분들이 보이긴 하는데, 그다지 인상적인 영화라 하진 못하겠다. 은 갈등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너무 건성으로 넘겨버리곤 하는데 이것이 영화를 밋밋하고 조금은 지루하게 만든다.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등장한 여성 신입요원 몰리 혹은 M의 존재가 극을 좌우할 만큼 압도적이지 않았고, 오리지널에서 윌 스미스의 개그 캐릭터를 크리스 햄스워스가 대신 하고 있는데, 너무 익숙한 ..
몽상가의 나흘밤 Quatre Nuits D'un Reveur/Four Nights Of A Dreamer 프랑스의 영화 거장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1971년 작품 . 지금까지 내가 본 그의 영화중 가장 인상적이지 못했던 작품이다. 거의 경외감까지 느꼈던 나 같은 작품이 잔영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세간의 평에 비해 나에겐 조금 심심했던 영화다.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은 있다. 퐁네프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세느강. 마르뜨와 쟈크의 심리와 감정의 증폭을 드러내는 방식들. 뜬금없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는 밴드들을 통해서나, 밤과 낮의 세느강을 따라 흘러가는 배의 모습들. 감정이 증폭되는 밤의 배는 감미로운 노래와 전구를 이용한 아름다운 불빛이 흐르는 낭만적인 배지만, 같은 배가 낮에는 그저 화물선처럼 보인..
미스 스티븐스 Miss Stevens 줄리아 하트 감독의 .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서로 위로도 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영화. 스티븐스 선생이 엄마의 죽음으로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와중에 조숙한 빌리는 자신의 감정을 스티븐스에게 투영하려 한다. 스티븐스가 연극학교에서 만난 동료교사의 원나잇스탠드 상대가 되었을 당시, 그 남교사가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학생들과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할 때, 그 남교사의 행동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셈인데 만약 스티븐스가 그 교사에게 동일화하지 않고 골칫거리를 안을 수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위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이 영화의 존재가치는 있다. 어렵지 않은 스토리와 잔잔함으로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