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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My Blueberry Nights



왕가위 감독의 2007년 작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보고 있자니 막연한 감정이라는 것이 막 올라온다. 그 막연함은 1990년대 중반을 향수하는 감수성일지도 모르겠다. 이 지점에서 2007년 작품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1990년대 중반 작품인 <중경삼림><타락천사>와 조우한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전성기를 회고한다. 그의 스타일. 그의 대사. 그의 음악. 그의 감수성을 추억한다. 그래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왕가위가 자신의 영화 <중경삼림><타락천사>의 감성과 자신의 젊은날의 회고를 섞어 만든 리메이크다.



노라 존스가 주인공이니 이 영화에는 그녀가 부르는 감미로운 음악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가장 귀에 들어오는 것은 스쳐지나가듯 나오는 아주 살짝 편곡된 듯한 <중경삼림>의 스코어다. 이 영화에는 왕가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총집약되어 있다. 형체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점프컷. 짧은 편집. 음악들. 대사들. 멜랑콜리한 인물들. 그리고 감성들. 무엇보다 2007년이 배경이면서도 그 흔한 핸드폰 한번 나오지 않는다. 공중전화와 엽서가 그들의 소통의 도구다.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왕가위 그가 영화를 보고 만들었던 시간이 아날로그의 시대였음을 회고한다. 그리워지는 것은 그리운데로 놔두어야만 하는 게 현실이지만, 영화는 이것을 영상으로 복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영화는 꿈이 되는 걸까?



핸드폰이 있음에도 굳이 엽서를 쓰고, 비행기와 기차가 있음에도 뉴욕에서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에서 뉴욕까지 버스와 자가용을 탄다. 이건 20세기의 것이다. 그리고 초스피드로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시대에 베스와 제레미는 1년이 지나서야 겨우 키스한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은 3분이 아니라 300일은 필요하다는 듯 말이다.


왕가위 감독의 노스탤지어

 

왕가위 감독은 자신의 전성기를 회고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는지. 자신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마지막으로 한번 회고해 보면서 정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영화 이후 그의 영화행보는 차츰 희미해져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비누에 대고 이야기하고, 공중전화를 붙들고 이야기하고, 블루베리파이를 먹는 그 공간들을 마음 한 켠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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