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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의 나흘밤 Quatre Nuits D'un Reveur/Four Nights Of A Dreamer
프랑스의 영화 거장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1971년 작품 <몽상가의 나흘밤>. 지금까지 내가 본 그의 영화중 가장 인상적이지 못했던 작품이다. 거의 경외감까지 느꼈던 <사형수 탈주하다>나 <어느 시골사제의 일기>같은 작품이 잔영이 커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세간의 평에 비해 나에겐 조금 심심했던 영화다.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은 있다. 퐁네프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세느강. 마르뜨와 쟈크의 심리와 감정의 증폭을 드러내는 방식들. 뜬금없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는 밴드들을 통해서나, 밤과 낮의 세느강을 따라 흘러가는 배의 모습들. 감정이 증폭되는 밤의 배는 감미로운 노래와 전구를 이용한 아름다운 불빛이 흐르는 낭만적인 배지만, 같은 배가 낮에는 그저 화물선처럼 보인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흔한 클리쉐지만 브레송 감독이 만든 미장센은 화면과 너무 잘 어울려서 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옛 사랑을 잊고 새 사랑을 느낀다고 생각했지만 옛사랑이 나타나자 쟈끄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나는 마르트처럼, 한 순간의 감정을 사랑이라 생각했던 쟈끄처럼, 그들은 몽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 마르트의 감정이 직설적이라면 쟈끄의 감정은 기계인 녹음기에 녹음될 뿐이고 전달되지도 못한다. 둘 중 어떤 모습이 인간적인가? 마르트의 사랑이 즉흥적이지만 결국엔 인간적인 것이고 사랑을 쟁취한다. 자끄는 사랑도 그림도 모두 깊이있게 들어가지 못한 채 그저 실현성없는 헛된 욕망을 자기 감정이라 속이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몽상가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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