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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아가 된 6살 프리다는 외삼촌집에서 살기로 한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친딸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프리다는 사촌동생 아나와 1993년의 뜨거운 여름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나 프리다는 외삼촌집에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름대로 반항도 해보지만 프리다는 자신의 위치를 서서히 알게 된 걸까? 하염없이 운다.
고아가 된 6살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밖에 없다. 카를라 시몬 감독이 느리지만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상실감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여자아이의 삶이다. 자잘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어른이 된 지금 프리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보다는 조카를 키우게 된 외삼촌 부부의 감정에 더 동일화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엄마의 죽음의 원인은 아프다고만 표현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진행시키려고 하는 감독의 생각인 듯 싶다. 그러나 프리다가 놀이터에서 넘어져 피를 흘릴 때 주위 어른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애서 프리다가 고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에이즈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감독이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계속되었던 90년대 초반의 시대 분위기를 영화에 녹여낸다.
어쨌든 이 영화는 프리다의 한없는 막막함을 이해하기 위해 존재한다. 삶이란 아이에게도 어른과 똑같이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으로서의 우리는 그 막막함을 이해한다면 이 영화를 가슴 아프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동일화할 수 있는가? 프리다인가 외삼촌 부부인가에 따라 본인의 동심의 여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촌동생 아나가 프리다에게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듯.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가족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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