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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더스트>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프랑스산 재난영화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우선 재난영화라고 하면 아미 할리우드풍의 영화들. 그러니까 땅이 폭싹 꺼지는 <2012>라든지 추위가 온통 지구를 꽁꽁 얼려버리는 <투모로우>라든지,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초토화시켜버리는 <샌안드레아스> 그도 아니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는 <스카이스크래퍼>등 블록버스터급의 액션과 스케일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가 영웅이 되어 아무리 급박한 위기에서도 초인적으로 활약하며 가족을 구해내면서 안도감을 갖게 하는 형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니엘 로비 감독은 그러한 스텍터클한 화면과 액션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인 더 더스트>는 보통의 관객이 프랑스 영화라 하면 가지게 된 뭔가 예술적일수는 있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라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후의 미세먼지의 공습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순식간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을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관객인 우리 역시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는 상태에서 조금은 답답하게 사건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된다.
호흡과 관련된 질환으로 특수 제작된 캡슐안에서 살아야 하는 딸을 둔 마티유는 어떻게든지 딸의 병을 고쳐보고 싶다. 어느날 지진이 지난 간 후 땅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먼지가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죽는 대형참사가 발생하고, 사회 기능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른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딸이 살고 있는 캡슐에 전원을 연결해야만 하는데...
<인 더 더스트>는 미세먼지라는 혼란속에서 딸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그런데 딸이 바로 아래층에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공간은 주로 내부로 축소되고 영화의 스케일은 작아진다. 사실 영화의 긴장은 과연 딸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엄마는 죽었고, 아빠인 마티유는 필사적으로 뛰어다닌다. 하지만 산소속에서 호흡할 수 없었던 딸이 미세먼지속에서 호흡이 가능하다는 설정은 다소 실망스런 결말을 위한 결말처럼 보인다.
결국 다니엘 로빅 감독의 <인 더 더스트>는 미세먼지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재난영화를 만들었지만 상황만 만들어 놓고 너무 평범한 보통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박력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긴 미국 재난영화에서 초인간적인 아버지도 위화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이니 오히려 이런 어리버리한 아버지가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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