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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영화가 동시에 선보인 적이 있다. 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와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같은 영화들이다. 그 당시에는 백설공주라니 하며 볼 생각도 안했다. 이미 동화책으로 읽었고, 디즈니 만화도 봤으며, 원본이라 해서 발칙한 내용이 들어있던 소설도 읽었다. 새롭게 각색한다고 해도 백설공주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겠지 싶었다. 그렇게 관심 없던 <백설공주>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올레TV에서 무료영화로 등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셈 싱 감독이라는 것도 조금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영화는 딱 내가 상상하는 만큼 각색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는 동안 지루함보다는 생각 외로 꽤 재미가 있더라.

 



백설공주가 왕자가 키스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다. 시대도 변했고 수동적인 공주는 더 이상 재미도 없다. 18살이 될 때까지 사악한 왕비에 의해 성에 갇혀 지낸 백설공주의 반항이 이 영화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 반항은 바로 각성이기도 하다. 현실을 깨우치고 사회의식을 키우는 것. 미래의 좋은 지배하는 자가 되기 위해 백성의 현실을 인지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더 이상 독사과나 베어 무는 어리석은 존재도 아니다. 그녀는 독사과를 대번에 알아차린다. 두 남자(아버지와 왕자)를 차지하기 위한 다른 여성(새 왕비)과의 경쟁에서 그녀는 스스로 승리를 쟁취한다는 게 중요하다.

 

백설공주가 왕비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뭘까? 어쩌면 그건 거울을 보는 자와 보지 않는자의 차이일 것이다. 거울이 여성의 외모를 가꾸게 만들고, 외모로 판단하는 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본다면 거울을 보지 않거나 거울에 관심이 없는 백설공주의 당연한 승리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 백설공주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스스로 빛나는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셈 싱의 <백설공주>는 늙음과 젊음의 대결이기도 한 것 같다.



 

다른 누군가에게 판단을 맡긴 여왕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뭉친 백설공주는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기 보다는 먼저 키스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어울리는 각색이라고 해 두자. 코미디로 전달한 것은 더 괜찮은 선택이었다. 앞으로 백설공주는 시간과 경쟁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백설공주도 거울을 만들게 될까? 알 수는 없지만 독사과는 만들지 말길타셈 싱 감독의 <백설공주>는 뭔가 대단한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진 않지만 고리타분하다는 인상도 주지 않는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볼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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