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고 저예산이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호러물은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은 어둡고 습한 듯한 화면모양새가 그렇고(저예산일 경우 더 심함), 어떤 감독들의 경우 지나친 고어를 즐기며(이 분야는 정말 적응 안됨), 나아가 합리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초현실적 요소들(귀신, 유령, 흑마술등등)이 뭔가 불안한 심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호러영화에서의 '무서움'의 원천이 신체훼손등의 고어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비합리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합리성이란게 인간의 이성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그로 인해 세상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인다는 안도감-즉, 나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준비-을 느낄 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악마의 등뼈는 높은 완성도와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공포영화라고 할 만 하다. 스페인 내전중의 한 고아원에 독재자 프랑코에 저항하는 아버지를 둔 까를로스가 도착하고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내전 당시 스페인의 모습에 대한 알레고리에 다름 아니다. 프랑코라는 한 사람에 의해 내전에 휩싸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던 스페인과 하킨토라는 한 사내에 의해 죽음을 맞는 고아원의 원생과 어른들의 모습을 판타스틱한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 두려움을 앓고 있다는 내레이션처럼 프랑코나 하킨토라는 괴물의 출현은 유럽이 앓고 있는 공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21세기에도 계속 되고 있는 전쟁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엔 없었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
이름도 예쁜 장 밥티스트 안드레아와 파브리 카네파의 연출작 더 로드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기 위해 외갓집으로 가던 가족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공포를 그리고 있다. 좀 더 빨리 가기위해 지름길로 들어선 그들이 타고 있는 차에는 운전중인 아버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 새침때기 딸과 그녀의 남자친구, 건들거리는 아들이 타고 있다. 어디로보나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뻔 한 그 순간부터 길은 계속 반복되며 출구를 알수가 없고 그들은 하나씩 죽어나가고, 또한 각자 가지고 있던 비밀을 쏟아낸다. 아들은 마약쟁이였고, 딸은 임신중이며, 아내는 아들이 남편친구와 바람피워 낳은 아들이라고 말한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이 만들었다고 생각한 행복한 가정이 사실은 형편없..
나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뮤지컬 말이다. 하긴 기억을 떠올려 보면 초등시절 7인의 신부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자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예전에 회사 퇴근 후 그냥 시간이나 때우기 위해 혼자 회사 근처에 있던, 지금은 없어진 스타식스 정동이라는 극장에서 혼자 봤던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물랑루즈를 보다가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칠 뻔했었다. 영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우들과 같이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엉덩이에 힘주느라 힘들었던 기억도 있네?^^ 그날 엉덩이가 절로 의자에서 일어나 마구 마구 흔들리는 모습이 화면과 오버랩 되는 걸 상상하며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옛날 스..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의 재미있는 호러영화 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 영화가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건에 개입하게 만드는 입양된 딸, 딸을 찾아 폐허가 된 마을 '사일런트 힐'로 들어가는 엄마, 엄마를 돕는 여자 경찰, 마을 광신도들을 이끄는 여자목사는 사건의 시작과 결말을 모두 아우른다. 마녀사냥이라는 중세적 억압을 여전히 수행하는 여목사는 당시의 질서를 만들어낸 남성들의 원초적 폭력의 충실한 이행자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그녀는 제거되어야 하고, 사건은 엄마와 여경찰에 의해 해결되어간다. 남편의 부재가 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아마 이 폭력의 연쇄고리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남편/남성은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사일런트 힐은 지옥의 또 다른 이름이었고, 그곳에서 빠져나온 엄마 로즈..
깃털처럼 가볍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한편의 코미디영화라고 정의하고 싶어진다. 한동안 우디 알렌의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의외로 그의 범죄시리즈는 늘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옆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부부의 이야기인 이나 등은 우디 알렌 영화로서는 별다른 평가를 못 받고 있지만, 내겐 재미있었던 우디 알렌 영화였다. 를 보는 내내 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살인이라고 생각하고 조사를 시작하며 범인을 찾는 플롯이 유사했고, 그 스타일적인면에서 범죄를 밝혀내는 꽉 짜여진 구조보다는 좌충우돌 슬랩스틱식으로 가볍게진행한다는 점도 유사하게 생각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름이 떠오른건 누명쓴 사람, 오인된 사람등 히치콕적 스타일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영화서적들에서 늘 말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항상 그렇듯이 에서도 어머니와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항상 그렇듯이에는 조건이 붙어야 하는데, 이 어머니와 모성의 문제는 이후의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다. 90년대는 이런 주제보다는 이리저리 꼬인 애정문제를 화려한 미장센을 통해 풀어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 감독의 작품을 이런 저런 계보에 집어 넣으려 시도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전 작품인 은 2000년대 그의 작품 계보 보다는 오히려 80년대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레즈비언 수녀들의 난장판 이나 게이들의 난장판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었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어 좀 소홀한 경향이 있다. ..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일본 오타쿠들에겐 꽤 유명한 모양이다. 1973년부터 연재된 만화가 원작이라고 하니 그 역사도 꽤 오래되었고, 또한 풍부한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드라마 구성도 꽤나 치밀한가 보다. TV애니메이션으로 시작되어 2005년에 극장판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 만화가라면 우라사와 나오키나 이토 준지정도 알고 있고, 애니메이션쪽이라고 해봐야 미야자키 하야오나 오시이 마모루, 안노 히데야키 정도나 알고 있는 내가 데츠카 오사무의 에 대해 '물론' 알리는 없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 것도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보는 습관 때문이었다. 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서 느끼는 재미나 오시이 마모루 영화에서 느껴질법한 철학적 포스는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