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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관>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고 저예산이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호러물은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은 어둡고 습한 듯한 화면모양새가 그렇고(저예산일 경우 더 심함), 어떤 감독들의 경우 지나친 고어를 즐기며(이 분야는 정말 적응 안됨), 나아가 합리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초현실적 요소들(귀신, 유령, 흑마술등등)이 뭔가 불안한 심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호러영화에서의 '무서움'의 원천이 신체훼손등의 고어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비합리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합리성이란게 인간의 이성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그로 인해 세상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인다는 안도감-즉, 나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준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면, 호러는 이러한 사고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비합리성의 세계 -공격을 막을 수 없는 무력함-를 인정하도록 만들며, 특히 호러영화는 서사장치를 통해 이를 더욱 공고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악령의 관>에서 좀비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좀비는 조지 로메로나 여타 감독들의 좀비와는 좀 다른데, 그들은 죽었다 살아난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는 죽지 않았으며 강력한 마취상태에서 깨어난 것이라는 것이다. 자신은 인정하지 않지만 타인에 의해 죽어졌다고 믿어지고 있는 존재인 셈이다.
이 현상에 대해 합리성으로 무장된 미국이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국가인 아이티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이티인들은 그것을 주술과 연관시켜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고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반면, 고도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인들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주술적 요소를 걷어 버리고 마취 작용에 주목하여 강력한 의약용 마취제로 만들어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
좀비가루를 구하기 위해 거대 제약회사에서 파견한 인류학 박사 데니스 알렌은 과거에 아마존에서 주술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전형적인 과학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믿는 현대인이다. 그는 현지의 정신과 의사 마리엘이 과학적 방법 외에 아이티의 전통적인 주술방식을 혼용해서 환자를 돌보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드러내곤 한다. 이후 그는 각종 주술적 상황에 노출되기 시작한다.
또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권력을 행사하는 아이티의 경찰서장 페이루트가 좀비가되어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항아리에 감금한 채 그들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는 무당같은 존재라고 설정하고, 여기에 78년 당시 아이티의 독재정치상황을 덧대면서 페이루트를 당시의 독재자 대통령과 연결시킨다. 스토리는 영화가 진행될 수록 데니스 알란과 페이루트의 대결로 압축되어 가는데, 이 부분에서 아이티 국민들이 독재자를 쫓아내는데 성공하는 장면을 교차편집해 보여주면서 독재자=페이루트 vs 아이티국민=데니스 알란으로 상징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티의 독재자를 ?i아낸 건 아이티 국민의 힘인가 아니면 미국의 영향력인가? 데니스 알란이 페이루트에게 나는 미국인이라고 소리칠 때 페이루트는 미국대사관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혹시 아이티 독재의 뒷그림자에는 미국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미국이 저개발된 국가 혹은 지역의 개발보다는 좀비가루를 획득하려는 모습에서 보이듯 착취 구조를 공고히 하길 원한다는 것을 은근슬쩍 드러낸 영화는 아닌지? 그리고 좀비라고 규정된 크리스토프가 자신은 좀비가 아니라 인간임을 인식하듯, 독재자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착취당하는 국민들이야말로 좀비가 아니었는지? 물어보는 영화는 아닐까? 결국 좀비는 투쟁을 통해 스스로 인간임을 인식하게 되듯이, 독재자에게 반항하고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일임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권력에 투쟁하라가 되는건가?^^ 그런데 페이루트를 물리치는 건 아이티 사람 마리엘이 아니라 미국인 데니스 알란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걸까? 하지만 이미 데니스 알란은 좀비가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악령의 관>은 <나이트 메어>이후 관심을 쏟고 있는 꿈이라는 모티브를 활용하고 있는 부분이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더불어 이미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를 겪어온 한국인들의 모습도 생각해 보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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