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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처럼 가볍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한편의 코미디영화라고 정의하고 싶어진
다. 한동안 우디 알렌의 영화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의외로 그의 범죄시리
즈는 늘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옆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부부
의 이야기인 <맨하탄 살인사건>이나 <스몰 타임 크룩스>등은 우디 알렌 영화로서
는 별다른 평가를 못 받고 있지만, 내겐 재미있었던 우디 알렌 영화였다.
<스쿠프>를 보는 내내 <맨하탄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살인
이라고 생각하고 조사를 시작하며 범인을 찾는 플롯이 유사했고, 그 스타일적인
면에서 범죄를 밝혀내는 꽉 짜여진 구조보다는 좌충우돌 슬랩스틱식으로 가볍게
진행한다는 점도 유사하게 생각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름이 떠
오른건 누명쓴 사람, 오인된 사람등 히치콕적 스타일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영화서
적들에서 늘 말하는^^)이 영화 내러티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우디 알렌이 패러디에도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또 생각하게
된다. 90년대 초반쯤에 봤던 우디 알렌 영화에는 잉그마르 베르히만적이라고 불리
는 장면들이 많았다. <또다른 여인>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은 <산딸기>와 유사
하게 진행되기도 했고, 70년대의 코믹 영화에서는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사용해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잖아.
아~~~ 이렇게 생각해 놓고 보니 <스쿠프>가 <돈을 갖고 튀어라>와 유사하다는 생
각도 든다. (100% 나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오류 가능성 있음) 웃음을 만들
어내는 방식이 그렇다는 것인데, 사건은 심각하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오히려 너무 서투른 행동이 실수를 불러오는 것은 우
디 알렌식 범죄코미디(?)의 전형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생각은 헐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에 까지 이르게 된다. 이 장르의 영화를 본
게 뭐가 있을까?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1939년도 작품 <어느날 밤에 생긴 일>이
스크루볼 코미디였던가? 이 영화 역시 <스쿠프>와 정서적으로 비슷하게 유쾌한 여
화였던 것 같은데...
스무고개도 아닌데 자꾸만 이렇게 연상이 된다. 자꾸자꾸 부풀리면 어디까지 갈지
몰라서 일단 여기서 접어야 겠다. 하지만 우디 알렌이 영국에서 만들고 있는 최신
작들은 이제 그는 한물 갔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서 새롭게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는 이젠 늙은 감독의 유희라고 생
각된다. 그에게 이제 영화는 이데올로기의 장도 모순된 사회와 충돌하려는 저돌적
무기도 아니고, 그저 열심히 살아온 한평생을 뒤돌아보는 에필로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겐 그의 영화가 다시 좋아보이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어져야
할 여러가지 포인트 중에서 '유희'가 맨 앞자리 중 하나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
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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