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외국영화/유럽영화

귀향 Volver

구름2da 2018. 9. 7. 01:37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항상 그렇듯이 <귀향>에서도 어머니와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항상 그렇듯이에는 조건이 붙어야 하는데, 이 어머니와 모성의 문제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후의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할 것 같다. 90년대는 이런 주제보다는 이리저리 꼬인 애정문제를 화려한 미장센을

통해 풀어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 감독의 작품을 이런 저런 계보에 집어 넣으려 시도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전 작품인 <나쁜 교육>2000년대 그의 작품 계보 보다는 오히려 80년대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생각나게 했다

레즈비언 수녀들의 난장판 <나쁜 습관>이나 게이들의 난장판<욕망의 법칙>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었지만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어 좀 소홀한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2000년 이후의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코미디보다는 멜로드라마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얼버무릴수(?) 있다

그의 전작중에서 2000년대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찾자면 

84(?)년도 작품<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가 비슷해 보인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식의 어머니/모성의 문제는 여러 저널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내가 거기서 더 나은 사유도 하지 못할 뿐더러 왈가왈부할 자격도 안되기 때문에

그냥 내 느낌만 두서없이 얘기하고 있다. 나는 <귀향>을 보면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모성이 점점 인류애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딸, 나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우리의 딸과 어머니를

보듬으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점이 <귀향>을 평범한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도록 

건져올리는 두레박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적이다 라고 말한다면 멜로드라마와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미스터리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씨네21의 정 한석 기자나 허문영

영화평론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더라. 그래서 내가 왜 알모도바르

영화에서의 미스터리 구조를 간과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알모도바르 영화에서 미스터리는 히치콕 식으로 말하자면 그냥 맥거핀인 것 같다.

정한석 기자가 [알모도바르는 멜로드라마와 미스터리 구조를 꾸준하게 사용한다.

멜로드라마가 여성들의 세계를 주제화 하는 것이라면, 미스터리 구조는 그 주제를

흥미롭게 하는 빈칸의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라며 그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지만,

<귀향>이 차용한 미스터리 구조는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의 미스터리, 남편을 죽인

라이문다의 딸 빠올라와 시체를 유기한 빠올라의 엄마 라이문다의 범죄에 대해

알모도바르 감독은 전혀 관심이 없고, 경찰이라고는 하나 나오지 않는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상은 돌아간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미스터리 구조가 그처럼 중요하게 빈칸의 서사를 장식한다는 거창한

담론을 만드는 걸까? 사실 <빈칸의 담론>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관객을 긴장시키지 않는 미스터리 구조가 단지 서사의 한 플롯을 차지한다고 해서 큰

의미를 부가하는것은 내 생각에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또 있다. 최근 알모도바르는 영화속에서 꼭 노래 한곡을 끝

까지 들려준다. 그것도 디제시스 상에서 직접 불러 주니 마치 콘서트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녀에게>에서는 브라질 출신의 가수 카에타노 벨로

소가 직접 출연해 Cucurrucucu Paloma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기가 막히

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나쁜 교육>에서는 Moon River가 흐

르는데, 나는 오드리 헵번 버전보다 더 좋아한다. <귀향>에서는 페넬로프

크루즈가 직접 <Volver>를 부르고 있다. 나는 이 장면들이 참 좋다.

 

또 하나, 페넬로페 크루즈가 정말 예쁘게 나온다. 나는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몽 하몽>에서는 귀엽군? 정도 생각했고, 그 이후의 영화들에서는 존재감마저

희미해서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다. 특히 헐리우드에서 찍은 영화들에서 그녀는

매력 없는 여성 주인공이었을 뿐이고, 그나마 인상에 남는 영화는 <빨간 구두>인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귀향>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섹슈얼리티는 정말

대단했다. 농익었다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고, 거리를 걷기만 해도 페로몬이 화면을

넘쳐 흘러나오는 듯 했다.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카메라 역시 그녀의 농염한 아름다움을 

은근히 드러내며 정말 고급스런 섹시함을 보여준다. (2006)

'외국영화 > 유럽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마의 등뼈 El Espinazo Del Diablo  (0) 2018.09.08
더 로드 Dead End  (0) 2018.09.08
스톰 Storm  (0) 2018.09.07
호스틸 Hostile 호러가 셰익스피어를 만나 완성된 멜로  (0) 2018.09.03
아이, 애나 I, ANNA  (0) 2018.09.0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