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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뮤지컬 말이다. 하긴 기억을 떠올려 보면 초등시절 7인의 신부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자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예전에 회사 퇴근 후 그냥 시간이나 때우기 위해 혼자 회사 근처에 있던, 지금은 없어진 스타식스 정동이라는 극장에서 혼자 봤던 니콜 키드만과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한 물랑루즈를 보다가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칠 뻔했었다. 영화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배우들과 같이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엉덩이에 힘주느라 힘들었던 기억도 있네?^^ 그날 엉덩이가 절로 의자에서 일어나 마구 마구 흔들리는 모습이 화면과 오버랩 되는 걸 상상하며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옛날 스타식스 정동 극장 참 괜찮았는데, 요즘은 CGV, 메가박스, 롯데가 장악하고 있다보니 극장 마다 다 천편일률적이라 개성이 없다. 옛날엔 극장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이 있어 극장가는 맛이라는 것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 조금 아쉽다.
그런데... 이런 내가... 왜... 뮤지컬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견고하게 내 머리 속에 박혀 있었던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해서 생각해봤더니 몇편의 무대공연뮤지컬 때문이었다. 그 즈음 몇 년 동안 42번가, 지킬박사와 하이드, 렌트, 청년 장준하, 뒷골목 이야기를 연달아 보게 된 것이다. 그럭저럭 재미있다고 느낀 건 42번가와 청년 장준하 정도였고, 나머지 두편은 솔직히 별로였다. 기어코 영화 시카고는 너무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아마 그래서 내가 뮤지컬을 싫어한다거나 즐기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영화로 만들어진 렌트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우선 공연용 뮤지컬은 아무리 대작이라도 내가 즐기지 못하는 건 순전히 공간의 문제 인 듯 싶었다. 그건 내가 연극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혹은 연극적 영화를 즐기지 못한다는 것의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무대 공연 렌트를 너무너무 재미없게 봤다. 하지만 영화 렌트는 무척 재미있었다. 무대 공연 렌트의 한정된 무대가 너무 답답했던 거다. 필름용 렌트는 무대가 제공하지 못하는 공간을 탁 펼쳐보여 주었다. 일단은 시원했다. 그리고 적절한 편집을 통해 음악과 배경이 조화롭게 다가왔으며, 특히 클로우즈 업은 배우들에게 적절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영화 렌트는 재미있게, 무대공연 렌트는 재미없게 보게 된 건 아닐까?
렌트는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특히 뮤지컬 스코어들이 너무 좋았다.
이미 무대공연 렌트에서 들었던 노래들이라 그런지 몇몇 곡은 친숙했고,
편집이 적절히 가미되면서 더욱 좋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뮤지컬 이었고, 내가 나를 오해하고 있던 어떤 부분을 풀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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