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이름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고 해서 별 볼일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감독의 이름을 몰라도 재미있는 영화는 있다. 얼마든지. 그런 영화다. 는. 뭐, 산다는 게 그런거 아니겠나. 미치고, 바보같고, 사랑도 하는 것.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인생의 깊이를 통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또 한번 오산. 머리 아프지 않다. 철학책을 보고 있는 건가 하품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작위적일 뿐, 우연성의 남발이. 그냥 정신없을 뿐, 뒤죽박죽된 스토리가. 그런데 미소 짓고 있을 뿐, 즐거워서. 하나만 더, 좋아하는 배우까지 덤으로 나와서. 는 감독이 하나도 안 궁금한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의 재미는 곧 잊혀질 거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킬링 타임은 괜히 있남. let me see... 칼과 에밀리는 40대 중..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도 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영화다. 마치 격정을 화면 아래에 숨겨 놓은 듯 이 영화는 조용하게 움직일 뿐이다. 동료 경찰관의 죽음을 추적하던 짐 윌슨. 결국 범인을 밝혀내지만 그는 폭력형사라는 오명을 쓴 채 촌구석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보내진다. 이 영화는 범죄의 해결을 주 플롯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주인공 짐 윌슨의 내면의 변화에 더 관심을 보인다. 바글바글 아이를 두고 있는 동료형사와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짐 윌슨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초반부를 통해 짐 윌슨의 외로움을 강조하고 있고, 그가 폭력적 성향을 드러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그의 외로움에 기인하며, 더군다나 그걸 스스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모든 범죄는 외로움에서 시..
라울 월쉬 감독의 1941년작 를 보기 전에 상상했던 것은 제대로 된 필름느와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일단 그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했다. imdb에서도 느와르 장르로 분류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사회비판적인 범죄영화라는 생각이다. 아직 느와르가 되기엔 그 특유의 설정들이 조금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로 본격적인 느와르 시대를 열었던 존 휴스턴이 각본으로 참여하고 있다 보니 느와르 영화의 시원(始原)이라 할 만한 장면들이 언뜻 언뜻 보이는 재미는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는 느와르가 아닌 다른 장르로서 내게 만족감을 안겨준 영화다. 이 영화는 로이 얼(험프리 보가트)과 그의 일행들인 베이브, 해터리, 빅 맥등이 범죄를 모의하고 강탈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데이빗 앤스포 감독의 는 1950년대 초반 미국 인다아나주의 작은 농촌의 힉코리 고등학교의 농구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디아나주의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영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이 영화가 욕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포츠 영화 장르의 공식에 맞춰 기승전결을 구성하고 뚝심 있게 밀고 가는 리듬이 좋았다. 전형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전형이 에는 너무 어울렸고 전체 영화를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잠시 길을 돌아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를 생각해보자. 이 영화도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고, 기승전결의 구성이 좋았던 영화였지만, 당시 유신의 한국적 상황에서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삽입한 (물론 실화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겠지만)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에피소드가 리듬을 깨뜨리고 마는 오..
이상하게도본 아이덴티티를 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느껴지고 쓸쓸해진다.나는 제이슨 본의 그 고독이 안타깝다.그래서이 한 장면이 내내 가슴에 남아 짙은 여운을 만든다.그리고이 장면은 본 아이덴티티라는 멋진 액션 영화의모든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늦은 밤, 혹은 새벽. 저 멀리 가로등 불빛만이 고즈넉한 거리에얇게 쌓여 있는 눈. 그리고 그 위로 나있는 발자국들.그것은제이슨 본이 걸어온 흔적일까?아니면 이미 지나간 누군가의 흔적을 보고 있는 것일까?그 흔적은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추격을 허락하는 것이며,또한 그가 찾아야 할 identity를 향한 재촉이다.어쩔수 없이쫓아야 하고 쫓겨야 하는 자의 운명이다.누가 그 길을 동행해 줄까?
여인의 향기를 다시 보니 예전보다 더 재미도 있고 감동적인 면도 있었다. 단순히 산다는 것 자체, 즉 삶에 대한 의미와 그에 더해 양심이라는 문제, 즉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하는 문제까지 여인의 향기는 씨줄과 날줄을 적절히 엮어가며 인생에 대한 작은 성찰의 기회를 적절한 드라마로 제공해주지만 그 향기를 걷어내면 글쎄... 두 번째 감상에서 난 마냥 좋아라 할수만은 없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퇴역장교 프랭크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이면에 감춰진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영화가 걸프전 직후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주목했다. 노골적인 군사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늙은 중령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인생과 양심에 대한 의미를 군장교를 통해 들으면서 서..
스콧 찰스 스튜어트 감독의 를 보다 보면 두 개의 묘한 감정이 요동친다.첫 번쨰는 이 영화의 원작이 우라나라의 만화가 형민우라는 점에서.두 번째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읽히는 헐리우드 고전의 그림자에서. 먼저 형민우의 원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라 헐리우드에서 어떤 식으로 각색되었는지 모르지만 영화 초반부의 성직자들에 의해 독재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흥미롭다. 물론 이런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유토피아를 갈망하지만 결국 디스토피아로 귀결되고 마는 아이러니를 주배경으로 설정하곤 하므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게다가 너무 익숙한 설정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작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묘하게도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독재의 그림자를 느낀다. 유신과 제5공화국을 거..
를 처음 봤을때가 1985년 리바이벌 개봉 때 부산의 대한극장에서였다. 마침 그해 여름에 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후라 그 전편이었던 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약간 실망을 하고 말았더랬다. 가 보여주던 거의 논스톱의 액션의 향연을 기대 했지만 의외로 액션장면들이 싱거웠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세월이 흘러 가 나오자마자 사다 날랐고 그동안 장에 고이 잠들어 있다 이번에 모처럼 재감상을 하게 되었다. 실로 26년 만인가? 어땠느냐고?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기어이 느끼고야 말았다. 사실 재감상을 통해 가 보다는 빼어난 영화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더불어 영화광으로서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면목을 본 듯하다는 생각도 했다. 새롭게 재미를 느낀 건 바로 이거였다. 물론 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