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를 보는 동안 드는 생각은 이랬다.“그저 그렇네.”아톰 에고이얀이 만든 영화가 맞는거야 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그의 진가를 처음으로 확인했던 게 93년쯤에 에로영화인 줄 알고빌려봤던 였고, 마지막으로 본 그의 영화가 거의 5년전에본 였으니,이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미국자본이 끼어들면 영화가 이렇게 평범해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그만큼 이름값에 못 미치는 평작처럼 느껴진게 사실이다. 그런데영화가 끝날 무렵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자살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부터추락하는 슬로우모션을 따라썩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되진 않았지만어쨌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슬픔 가득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리고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클로이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너무..
데이빗 핀처가 다시 여성주인공과 함께 돌아왔다. 그의 첫 영화 에서 여성이 주연으로 등장한 이후 거의 10년만에 다시 여성과 함께 나타난 데이빗 핀처는, 그러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녀와 함께 귀환한 것은 아니다. 핀처의 관심의 영역은 여전히 남성이고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이며 더나아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이 세상이다.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곳의 상징은 거대한 빌딩숲이다. 그것들은 키높이를 하듯 위로 위로 치솟아 올라가려고 경쟁한다. 파이트 클럽에서 보았듯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사라져 버릴 모래위의 성이지만... 현대인들이 보기에 그것은 권력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생성의 원인은 역사 이후 권력을 장악한 남성들이었으며 아버지라는 이름의 허상덩어리들이었다. 그것은 다시 자본주의라는..
음...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살짝 반전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그게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도 좋을만큼,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이 영화는 감상의 방점을 반전에 두느냐, 아니냐에 따라 느낄수 있는 재미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서프라이즈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해 보였고, 나 역시 반전이라고 할 만한 그 부분이 크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끝까지 즐길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면 그 원인을 가장 먼저 색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유난히 한가지 색만 탈색된 듯한 색채감.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회색톤의 그 불투명성은 영화 내내 기묘한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듯 하면서도 고전 회화를 ..
제2차 이라크 전쟁이 9·11테러가 직접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후세인이 결재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친미국가들이 달러화를 맹목적으로 국제통화로 사용함으로써 구멍난 미국의 경제를 메꾸고 있는 와중에 점점 반미성향의 국가들이 유로화를 국제결재수단으로 바꾸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이라크를 희생양삼아 약소국들에게 달러사용을 강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산유국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당시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분석이 더 그럴듯하게 다가왔었다. 하지만 스티븐 개건 감독의 를 본 후엔 석유자원이 미국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석유냐 달러냐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닐 것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를 시작하면서 곧 하나로 모아질 두 개의 사건을 툭 던져놓는다. 그런데 두개의 사건을 영화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항상 앞, 뒤로 편집을 통한 줄서기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장면을 앞에 놓을 것이냐?하는 선택이 남게 되는데, 이는 감독이 원하는 주제와 미학에 좀 더 접근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사건의 핵심을 이룰 어떤 복선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사항일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를 보았을때, 크로넨버그는 아짐의 이발소에서의 살해장면을 처음으로, 약국에서의 타티아나의 하혈장면을 두 번째로 배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의 선택이 상당히 흥미로웠고 적절했다고 생각했다. 는 그저 매끄러운 영화는 아니다. 결말은 너무 쉽게 예측가능해서 반전이라고 ..
중딩때 부산의 보림극장에서 김응천 감독의 대학괴짜들(아마도?)과 동시상영으로 본 마리아스 러버는 당시엔 내용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몇 개의 장면이 조각처럼 기억에 남긴 했지만 무엇보다 강렬했던 건 바로 나스타샤 킨스키였다. 스크린을 뜷고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그녀의 눈망울과 입술은 묘한 관능미가 되어 극장을 나선 후에도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한동안 그녀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인기와 미모를 지속시키지 못했고, 나의 관심도 흥분에서 진정을 넘어 무관심으로 돌아섰지만, 이번에 다시 마리아스 러버를 감상하면서 그때의 그녀의 묘한 관능미가 기시감이 되어 추억 한자락을 살짝 건드려준다. 더불어 그때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과 인물들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꼈다. 무엇보다..
로버트 시오드막 감독이 1946년에 발표한 필름 느와르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와르 영화중의 하나다. 헤밍웨이의 단편소설을 각색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마음을 끄는 장면은 앤더슨(버트 랭카스터)이 자신을 죽이러 온 킬러들의 총알을 피하지 않고 순순히 맞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쓸쓸한 표정이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거든”이라는 대사와 함께 버트 랭카스터의 강렬한 데뷔작은 그렇게 인상적이었다. 20여년 후에 돈 시겔은 같은 원작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오드막의 영화가 보험조사원(?)의 시점을 통해 사건에 접근한다면, 돈 시겔은 직접 총을 쏜 킬러의 시점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시오드막의 영화에 대한 리메이크가 아니므로 또다른 색다른 면이 많은 영화다. 무엇보다도 감성..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라는 근사한 주제가도 유명하다.폴 뉴만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콤비로 나왔다는 것은 더 유명하다.조지 로이 힐 감독의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는한국의 극장가에 닻을 내리며 라는멋진 제목을 달았다.그리고그게 가장 유명하다.그런데또 유명한 게 하나 더 있다.총을 쏘며 뛰쳐나오는 그 유명한 프리즈 프레임은 영화사에 남을 만하다며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대의 구타의 라스트씬과 어깨동무하고 있다. 이렇게 유명한 게 많은 흥행성공작 는존 포드식의 진지한 분위기의 정통 서부극스타일과는 많이 다르다.미국의 역사를 아우르고 공동체의 선과 질서를 지키는 영웅보다는오히려 제거의 대상이었던 범죄자들이 주인공이며 그들의 행위에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