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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를 다시 보니 예전보다 더 재미도 있고 감동적인 면도 있었다. 단순히 산다는 것 자체, 즉 삶에 대한 의미와 그에 더해 양심이라는 문제, 즉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하는 문제까지 여인의 향기는 씨줄과 날줄을 적절히 엮어가며 인생에 대한 작은 성찰의 기회를 적절한 드라마로 제공해주지만 그 향기를 걷어내면 글쎄...
두 번째 감상에서 난 마냥 좋아라 할수만은 없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퇴역장교 프랭크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이면에 감춰진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이 영화가 걸프전 직후 만들어진 영화라는데 주목했다. 노골적인 군사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늙은 중령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인생과 양심에 대한 의미를 군장교를 통해 들으면서 서부개척시대부터 미국의 정신이라고 하는 어떤 것이, 그리고 양심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질문하는 미국의 정의라는 것이 당시 미국의 걸프전에 대한 미화는 아닐까 의심해 보게된다. 군인은 누구보다 정의로운 편이다라는 것. 그는 자신의 과거의 성품에 대해 반성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소신있고 올바른 소리를 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감정이입에 성공함으로써 그의 과거와 양심에 남아있을 파괴와 살상의 이미지는 제거된다. 또한 정치가들의 요람이라는 베어드 고교의 긍정적 이미지의 학생 찰스는 프랭크에 감화되어 그의 이미지를 자신의 이미지로 체화할 것이 분명함을 영화는 명백히 보여준다.
이제 찰스는 파괴와 살상의 이미지를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가정적인 사람으로까지 돌변하는 프랭크를 미래의 미국이미지로 재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상과 파괴와 침략의 이데올로기가 불현 듯 작동할 것임을 잊으면 안된다. 찰리는 얼마전 발생한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세대의 이름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인의 향기로 피비린내가 감춰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남성에 의해 주도된 살육의 역사를 따뜻함으로 가장한 여성성으로 얼버무리려 하는 긴 역사를 재탕하고 있다면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여인의 향기에 나온 양심은 믿을만한 것이 못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받은 재미와 감동의 한 조각에도 이런 불순물이 있음을 꼭 인지해야 할 것이다. (200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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