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데이빗 앤스포 감독의 <후지어>는 1950년대 초반 미국 인다아나주의 작은 농촌의 힉코리 고등학교의 농구부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디아나주의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영화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이 영화가 욕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포츠 영화 장르의 공식에 맞춰 기승전결을 구성하고 뚝심 있게 밀고 가는 리듬이 좋았다. 전형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전형이 <후지어>에는 너무 어울렸고 전체 영화를 살려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잠시 길을 돌아 비슷한 소재의 한국영화 <섬개구리 만세>를 생각해보자. 이 영화도 무척 재미있는 영화였고, 기승전결의 구성이 좋았던 영화였지만, 당시 유신의 한국적 상황에서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무리하게 삽입한 (물론 실화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겠지만)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에피소드가 리듬을 깨뜨리고 마는 오류가 있었는데, <후지어>는 이런 군더더기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선수들의 노력과 농구 대회의 스펙터클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후지어>에서도 코치 노먼 데일(진 핵크만)과 마을 공동체와의 갈등, 마이라와의 사랑, 한명의 재능있는 선수를 통한 영웅주의의 부각등으로 빠질 위험도 있지만, 데이빗 앤스포 감독은 스포츠 영화의 카테고리 안에서 절제의 미를 최대한 발휘해 이런 서브 에피소드들이 내러티브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도록 만든다. 더군다나 이런 절제의 요소는 이 영화를 좀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영화를 쉽게 만들고자 했다면 코치 노먼의 고군분투나 재능 있는 선수 지미의 활약상의 과장을 통해 인위적인 감동을 극대화하며 극적인 전개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독점적 개인보다는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노력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인간정신의 승리라는 주제를 위해 켜켜히 쌓아올린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감동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드라마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영화에서 느낄 법한 박진감도 부족하지 않다. 이 영화가 현명한 것은 초반부 작은 경기에서는 승리의 관건인 점수를 보여주는데 주저한다는 것이다. 점수를 보여주기 바로 전에 컷팅을 하면서 결과보다는 선수들이 땀 흘리고 노력하는 과정에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후반부에서는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박진감 넘치는 모습과 함께 점수판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이미 선수들을 응원하게 된 관객들의 시각적 쾌감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편집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상업영화의 편집방식이다. 하지만 데이빗 앤스포 감독의 <후지어>는 전형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감독의 개성은 결여되어 있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 재미있게 봤던 농구영화였지”라며 잊혀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외국영화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끝없는 추적 On Dangerous Ground (0) | 2018.09.02 |
---|---|
하이 시에라 High Sierra (0) | 2018.09.02 |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0) | 2018.09.01 |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0) | 2018.09.01 |
프리스트 Priest 한국만화원작의 조금 아쉬운 헐리우드 영화 (0) | 2018.09.01 |
- Total
- Today
- Yesterday
- 사미자
- 도금봉
- 전숙
- 1980
- 1977
- 김정훈
- 남궁원
- 1978
- 박암
- 문정숙
- 신성일
- 김기종
- 김희라
- 박원숙
- 하명중
- 1976
- 이해룡
- 1981
- 70년대 한국영화
- 허장강
- 문희
- 윤일봉
- 황정순
- 김진규
- 최남현
- 전계현
- 1979
- 박노식
- 한은진
- 1970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