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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찰스 스튜어트 감독의 <프리스트>를 보다 보면 두 개의 묘한 감정이 요동친다.

첫 번쨰는 이 영화의 원작이 우라나라의 만화가 형민우라는 점에서.

두 번째는 이 영화의 내러티브에서 읽히는 헐리우드 고전의 그림자에서.

 

먼저 형민우의 원작은 읽어보지 못한 상태라 헐리우드에서 어떤 식으로 각색되었는지 모르지만 영화 초반부의 성직자들에 의해 독재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스려지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흥미롭다. 물론 이런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유토피아를 갈망하지만 결국 디스토피아로 귀결되고 마는 아이러니를 주배경으로 설정하곤 하므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게다가 너무 익숙한 설정들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원작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묘하게도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독재의 그림자를 느낀다. 유신과 제5공화국을 거치며 통제와 인권유린의 기억이 영화속 디스토피아 세계와 겹쳐보인다는 것이다. 어쩔수 없는 지역성이 갖는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금의 시대가 그 시절을 고스란히 되살려내는 지금. 한국이라는 지역의 관객이 느끼는 상호텍스트성은 재미를 떠나 씁쓸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이 영화가 존 포드의 걸작 웨스턴 <수색자 The Searchers>를 고스란히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수색자>에서 존 웨인이 맡은 이던과 형수의 관계에 대한 뒷얘기가 무성한데, <프리스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화답처럼 형과 형수의 딸인 루시가 알고보니 프리스트의 딸이었다고 설정하면서 존 포드의 추격자에 대한 나름대로 명쾌한 해석을 내 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스트>가 <수색자>가 되진 못한다. 영화 <수색자>의 완성도에 비하면 <프리스트>는 정말 새발의 피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므로 <프리스트>가 노골적으로 서부극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 영화는 거의 묵시록을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특히 마지막 클라이막스 시퀀스의 공간이 사막의 기차위라는 설정이야말로 이 영화가 근본적으로 기대고 있는 장르가 공포가 아닌 서부극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다. 단, 서부에서 기차가 발전의 상징이라면 이 영화에서는 파괴라는 정도가 다르다면 다를까...

 

어쨌든 입소문이 안좋아서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영화가 B급의 냄새를 많이 풍기는 건 아쉬웠다. 더불어 뱀파이어에 대한 묘사가 단순히 인간이 변화한 것이 아닌, 태생적으로 인간과는 다른 곤충과 같은 부류처럼 묘사한 것은 뱀파이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리며, 마치 좀비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갖게 했다. 이런 점이 뱀파이어 영화에서 드러나는 실존에 대한 깊이를 감쇄시키고 있는데다, 주인공인 프리스트와 블랙 햇에 대한 동기나 감정의 묘사가 피상적이어서 인물에게 몰입할 만한 구석이 약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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