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레이더스>를 처음 봤을때가 1985년 리바이벌 개봉 때 부산의 대한극장에서였다. 마침 그해 여름에 <인디아나 존스>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본 후라 그 전편이었던 <레이더스>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약간 실망을 하고 말았더랬다. <인디아나 존스>가 보여주던 거의 논스톱의 액션의 향연을 기대 했지만 의외로 액션장면들이 싱거웠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세월이 흘러 <인디아나 존스 컴플리트 박스세트 dvd>가 나오자마자 사다 날랐고 그동안 장에 고이 잠들어 있다 이번에 모처럼 재감상을 하게 되었다. 실로 26년 만인가? 어땠느냐고? 어릴 때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를 기어이 느끼고야 말았다.
사실 재감상을 통해 <레이더스>가 <인디아나 존스>보다는 빼어난 영화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더불어 영화광으로서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면목을 본 듯하다는 생각도 했다. 새롭게 재미를 느낀 건 바로 이거였다. 물론 약간의 이데올로기의 차이는 무시하고 넘어가야 한다. 어쨌거나 스필버그가 장면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이전의 고전영화에서 차용해 오는 방식이 아주 멋졌다. 특히 서부극의 역마차 추격씬을 차용한 듯한 트럭시퀀스를 보면서는 이렇게 멋지게 패러디할 수 있다는 것도 재능이야 싶었고, 자신의 첫 영화를 살짝 변주한 듯한 편집 역시 살짝 미소짓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인디아나와 마리온과의 알콩달콩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적 리듬으로 흥겨웠고 말이다. 그 외에 재미있는 것은 뱀으로 둘러쌓여 있는 보물이라는 설정이 예전 우리나라 영화인 이용민 감독의 <목없는 미녀>를 연상시켜서 더불어 즐거웠다. <목없는 미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하고 있는데, 황당한 억지를 좀 부려보자면 66년 작품인 <목없는 미녀>를 81년 작품인 <레이더스>가 표절했다는...ㅋㅋ
흥행사로서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레이더스>는 또 어떻게 보면 제작자인 조지 루카스의 세계라는 생각도 들긴 했다. 왜냐하면 <레이더스>는 아쉽게도 스필버그가 70년대 작품에서 보여주던 진중한 맛이 사라진 것 같고 오히려 <스타워즈>의 세계의 연장선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리즈가 보여주는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아직까지는 스필버그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냥 롤러코스터적 재미를 위해 달렸던 2편격인 <인디아나 존스>야 말로 루카스의 그림자를 지운 스티븐 스필버그의 세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레이더스>는 분명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스필버그보다는 루카스의 그림자가 더 짙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스필버그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필버그의 재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만약 이 영화를 조지 루카스가 감독까지 했다면 아마 이데올로기는 더 후퇴했을 것 같고 이미지는 더 유아기적으로 퇴행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외국영화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0) | 2018.09.01 |
---|---|
프리스트 Priest 한국만화원작의 조금 아쉬운 헐리우드 영화 (0) | 2018.09.01 |
붉은 강 Red River (0) | 2018.08.31 |
레드 Red (0) | 2018.08.31 |
파고 Fargo (0) | 2018.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