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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미국영화

클로이 Chloe

구름2da 2018. 8. 27. 20:44



클로이를 보는 동안 드는 생각은 이랬다.

“그저 그렇네.”

아톰 에고이얀이 만든 영화가 맞는거야 할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그의 진가를 처음으로 확인했던 게 93년쯤에 에로영화인 줄 알고

빌려봤던 <어져스터>였고, 마지막으로 본 그의 영화가 거의 5년전에

본 <달콤한 내세>였으니,

이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미국자본이 끼어들면 영화가 이렇게 평범해지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이름값에 못 미치는 평작처럼 느껴진게 사실이다.

 

영화가 끝날 무렵

클로이(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자살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부터

추락하는 슬로우모션을 따라

썩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슬픔 가득 얼굴을 바라보면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괴롭히던 클로이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너무 행복한 미소를 머금으며 파티를 즐기고 있는

캐서린(줄리안 무어)의 슬로우 모션을 보다

그녀가 뒤돌아 서면서 보이는 머리핀과 함께

엔딩크레딧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은 그저 얻을수 있는 말은 아니구나 했다.

 

클로이의 자살은 감성의 이미지가 좋았고

캐서린의 머리핀은 지리할 뻔 했던 영화를 단번에 촌철살인으로 바꾸는

힘있는 이성의 이미지가 훌륭했다고 생각했다.

 

클로이는 친절이 화살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다루고 있다.

클로이와 캐서린은 서로 화살을 쏘아대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들의 위치라고 생각된다.

너무 안락한 중산층이라 삶이 시들해져 가는 의사인 캐서린과

사회의 밑바닥에서 홀로 투쟁하는 모양새의 창녀 클로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넓은 현대사회의 계급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중산층인 캐서린이 바람피는 남편을 어떻게든 붙잡아 가정을 유지해서

자신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픈 욕망을 간직한 상태라면,

클로이는 그 질서에 균열을 내고 벗어나라고 달려드는 맹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 더 흥미로운 것은

클로이가 자신의 결핍의 원인을 캐서린이 갖고 있는 지위와 환경에서

충족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클로이의 목표는 캐서린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이어서

남편인 데이빗(리암 니슨)을 유혹하는 데 온 정신을 팔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교묘히 캐서린의 욕망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지어냈고

마침내 데이빗이 아닌 캐서린과의 잠자리에 성공한다.

어쩌면 그녀 스스로가 원하는 진정한 결핍은 관심 혹은 모성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것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갈구일 것이다.

반면 캐서린은 진정으로 남편의 사랑을 갈구해서

이런 일을 꾸미게 되었을까?

 

영화에는 두 번의 파티가 등장한다.

첫 파티는 남편의 생일을 위해 캐서린이 기획한 서프라이즈 파티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작 주인공인 남편은 부재하고, 아들은 여친과 뒹굴기 바쁘다.

그녀는 결핍을 느끼지만 그건 두 남자의 부재로 인해

타인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은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초라함에 의해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파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의도하지 않게도 캐서린의 가정과 환경을 온통 부셔버릴 지도 모를 클로이라는

껄끄러운 존재가 제거된 이후의 파티다.

그곳엔 남편이 있고, 아들이 있다.

더할나위 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의 시선을 즐기는 캐서린을 보라.

그리고 이어지는 머리에 꽂혀있는 클로이가 선물한 핀의 클로즈업.

 

아마 여기서 그래도 캐서린이 클로이의 희생을 가여워한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당신은 낙천적인 사람이리라.

어쩌면 클로이가 자신의 어머니의 핀이라서 캐서린이 하길 바랬던 그 핀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 꽂은 채 웃을 수 있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현대의 질서와 그 시선이 만들어낸 악녀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영화가

그저 그렇네에서 대단하네로 돌변했냐고?

글쎄~~~^^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톰 에고이얀의 영화중 top5안에는 못들겠다는 정도로 말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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