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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이라크 전쟁이 9·11테러가 직접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후세인이 결재수단을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꾸려 했기 때문이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친미국가들이 달러화를 맹목적으로 국제통화로 사용함으로써 구멍난 미국의 경제를 메꾸고 있는 와중에 점점 반미성향의 국가들이 유로화를 국제결재수단으로 바꾸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이라크를 희생양삼아 약소국들에게 달러사용을 강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물론 이라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산유국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당시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분석이 더 그럴듯하게 다가왔었다. 하지만 스티븐 개건 감독의 <시리아나>를 본 후엔 석유자원이 미국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석유냐 달러냐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유린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이런 영화를 볼 때 마다 미국의 파렴치함에 분노하면서도 내가 이슬람이나 아프리카에 태어나지 않은 사실에 안도를 하곤 한다. 이런 양가감정은 제3세계의 희생위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는 서방과 친미아시아국 국민들의 죄의식을 덮어두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직접적으로 내 피부에 와 닿지 않고 밥 굶고 있지 않으며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있고 생명의 위협도 받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미국의 꼬봉이나마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엄청난 빈부격차를 느끼기는 하지만 저들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위안을 애써 하게 하는 전시효과가 또한 이런 영화들이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스티븐 개건 감독이 <시리아나>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석유에 대한 미국의 탐욕이 세계를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정치와 테러와 협잡의 세계를 미력하나마 파헤쳐보겠다는 야심일 것이다. 영화 첫 장면의 이미지는 제3세계 국민들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슴푸레한 새벽, 출근하기 위해 비좁은 버스를 타려는 아랍인들은 서로 먼저 타려고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은 영화가 끝나면 더욱 큰 울림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가난으로 몰아넣은 미국의 석유회사를 위해 다투고 있다는 것은 정말 비참한 이미지여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뜬금없는 첫장면은 결국 미국과 서방이 만들어낸 지옥도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 지옥도 위에 서구의 풍요가 푸른들처럼 펼쳐져 있음을 스티브 개건은 푸른 초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미국의 관료들이 초록의 자연속에서 등장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으며, 친미성향에서 벗어나 경제를 부흥시켜 국민들을 잘 살게 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아랍의 나시르 왕자가 황량한 사막에 서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결국 미국은 그 사막을 초록으로 물들이려는 나시르 왕자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더럽고 비겁한 짓거리도 서슴치 않는다. 결국 나시르 왕자는 미국의 위성미사일(?)에 의해 폭사하고 만다. 그리고 그 자리엔 미국이 원하는 친미성향의 꼭두각시 왕이 등극해 사막을 영원히 황량한 붉은색으로 놔두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 황량한 붉은 사막의 깊은 곳에서는 초록을 염원하며 자살 테러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청년들이 피어오른다.
<시리아나>에는 인상적인 두명의 테러리스트가 등장한다. 조지 클루니가 열연한 CIA 요원 밥과 미국의 석유기업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한 파키스탄 청년 와심 아흐메드이다. 밥은 영화의 처음에 폭탄테러를 자행하고, 와심은 마지막 자살폭탄테러를 장식한다. 그러나 세계는 밥에게는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심은 아마 미국이 중심이 된 언론 카르텔을 통해 난폭하고 잔혹한 이술람 과격단체이 테리스트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영화는 나시르 왕자의 암살에서도 보여주듯 국가주도의 테러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라틴 아메리카 파나마와 그레나다의 침공은 너무도 유명하고, 미국이 개입해 민주주의가 박살난 나라가 한둘이 아님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에서 불고 있는 반미성향의 정권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그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평화파괴자 미국이 이라크 문제로 골머리를 알고 있는 지금이 반항의 씨앗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누구 하나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보다는 5명의 인물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세계의 석유를 독식하려하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추악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분석하는 <시리아나>는 한발 더 나아가 부패야말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아직 버티게 한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발전이 더딘 이유가 산업의 발전 속도만큼 석유조달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서아시아의 석유이권을 잠식하려 할 것이라는 것일까? 영화에서는 카자흐스탄이 대표주자로 나오지만 러시아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석유에 대한 선점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이미 007을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보아왔다. 우즈베키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의 예에서 보듯 미국이 이들 나라의 석유를 노리는 한 그들에게 민주화와 평화는 요원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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