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기간중에도 영화는 피난지에서 계속 만들어졌다. 기록에 의하면 14편의 극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민경식 감독의 1952년 작품 는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 시절의 한국영화로 아주 귀한 영화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이 기록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씌어진 것이다. 2012년까지 한국전쟁기간에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 영화를 대구에서 발굴했던 것. 최근 한국영상자료원 VOD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보정을 거쳤지만 발굴된 필름 상태가 워낙 열악해서 화질에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소실되어 무성영화로 감상해야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는 꽤 재미있었다. 영화 시작전 친절하게 줄거리가 소개되기 때문에..
1970,80년대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당시에는 만화영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더 어울렸던-이 개봉되곤 했다. 엄마의 쌈짓돈을 받아 친구들과 개봉관 대신 재개봉관에 올 때쯤 영화를 본 기억도 난다. 사실 는 기억에 없는 영화다. 담벼락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통해 동네 극장에 들어오는 영화를 기억하곤 하는데, 역시 모르는 영화다. 만화가 김삼씨가 소년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만화가 원작이다. 그러다 유투브에 있길래 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이 들어 한국의 만화영화를 즐기기는 쉽지 않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동원해도 조금 무리가 간다. 왜 그럴까? 어쩌면 이 시절의 만화영화들이 나름 SF적인 소재를 들고 나오지만 영화적 완성도는 별개로 치더라도 상상력이 많이 빈약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아가 된 6살 프리다는 외삼촌집에서 살기로 한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친딸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프리다는 사촌동생 아나와 1993년의 뜨거운 여름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나 프리다는 외삼촌집에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름대로 반항도 해보지만 프리다는 자신의 위치를 서서히 알게 된 걸까? 하염없이 운다. 고아가 된 6살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밖에 없다. 카를라 시몬 감독이 느리지만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상실감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여자아이의 삶이다. 자잘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어른이 된 지금 프리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보다는 조카를 키우게 된 외삼촌 부부의 감정에 더 동일화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엄마의 죽음의 원인은..
은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시리즈를 볼 때마다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마 다음편이 나온다면 그게 가장 재미있을 확률이 크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내게 시리즈는 만족도가 아주 놓은 편에 속하는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이나 새로 리부트된 과 함께 항상 기대를 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1996년 TV 시리즈를 영화화한 1편이 처음 나왔을 때는 톰 크루즈보다는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드 팔마에게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니까 브라이언 드 팔마가 자기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힌 미장센을 선보이면서 이 영화는 작가영화처럼 분석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2편에서도 오우삼 감독이 홍콩 느와르 영화의 이미지와 미장센을 활용하면서 작가적 색..
조문진 감독의 78년 작품 는 가난하지만 건전하게 살고 있는 70년대식 모범가족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7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이상무 화백의 만화 과 많이 겹쳐 보인다. 인물구성이나 집안 세트가 비슷해 보여 영화가 낯설지 않다. 만화책도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영화도 착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내와 사별한 벙어리 청소부 윤달수는 4남 2녀의 자식을 두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결혼해 회사에 다니고, 둘째는 고시공부중이며, 셋째이자 큰딸은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집안을 돕고 있으며, 넷째는 고3이며 권투선수, 다섯째는 고등학교 모범생, 막내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하지만 청소부 월급으로 자식들을 ..
박호태 감독의 는 이장호 감독의 이후 붐을 이루었던 호스테스를 소재로 한 영화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유지인, 장미희와 함께 2대 트로이카로 불리며 70년대 후반을 주름잡았던 정윤희가 예의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불행한 여성을 연기한다. 77번 윤고나는 모든 손님이 찾는 가장 인기가 많은 호스테스. 하지만 그녀에겐 아픔이 있다. 아버지에 의해 팔려가다 시피 한 송계남과의 결혼은 딸 하나를 두었지만 불행의 연속이다. 결국 딸을 잘 키우기 위해 호스테스가 되어 남자들에게 웃음을 팔기로 결정했던 것.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문병길. 그는 고나에게 청혼하지만 고나는 망설인다. 사라졌던 남편이 딸마저 데려가자 고나는 절망에 빠진다. 병길의 사랑으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딸을 위해 병길을 포기..
젊은 느티나무. 제목 참 좋다. 이 제목을 처음 들어봤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처음 들었을때가 아마 김혜수가 막 스타덤에 오를 즈음 출연했던 TV 문학관 아니면 베스트셀러극장에서 방송했던 였고, 한참 김혜수에 대한 팬질을 하고 있던 시절이라. 아마도 보긴 했을 듯. 그런데 장면장면이 기억이 안 난다. 그랬다는 거지. 좋아라 하는 제목의 를 봤다. 이번엔 문희가 주인공이다. 이미 원작소설이 아주 유명하지만 역시나 읽어보진 않았기 때문에, 영화로만 생각해본다면 담담한 이야기더라는 것. 품고 있는 내용은 활화산이 되기에 충분한데, 영화는 소소하게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성구 감독은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깨끗하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정말 영화는 깔끔했다. 문희와 신성일의 감정도 클라이막스 대신 절제를 택하고 있고..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영아는 발랄한 말괄량이 여학생이다. 어느날 미팅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정아를 만난다. 영아와 정아는 자신들이 쌍둥이이며 어릴 때 부모님이 한명씩 데리고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은 서로 집을 바꿔 들어가서 살아보기로 하면서 부모님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아빠가 오로지 돈만 밝히며 오해가 쌓여 이혼했던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아빠가 엄마에게 용서를 빌며 다시 만나게 된다. 석래명 감독의 은 어린 시절 헤어진 쌍둥이가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기본적으로는 역할 바꾸기를 통해 지난 시절 부모 세대에게 있었던 갈등을 봉합하고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쌍둥이 역할 바꾸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꽤 자주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