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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진 감독의 78년 작품 <슬픔이 파도를 넘을 때>는 가난하지만 건전하게 살고 있는 70년대식 모범가족을 소재로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70년대 후반 인기를 끌었던 이상무 화백의 만화 <비둘기 합창>과 많이 겹쳐 보인다. 인물구성이나 집안 세트가 비슷해 보여 영화가 낯설지 않다. 만화책도 감동적으로 읽었는데, 영화도 착한 가족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내와 사별한 벙어리 청소부 윤달수는 42녀의 자식을 두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결혼해 회사에 다니고, 둘째는 고시공부중이며, 셋째이자 큰딸은 고속버스 안내양으로 집안을 돕고 있으며, 넷째는 고3이며 권투선수, 다섯째는 고등학교 모범생, 막내딸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하지만 청소부 월급으로 자식들을 부양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자식들 역시 아버지를 위해 힘껏 일하고 공부해서 다들 자리를 잡고 행복한 가정이 된다.



 


영화적으로는 여섯명의 자식이 모두 에피소드를 하나씩 품고 만들어내는 사건이 TV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나오는데, 큰아들과 깍쟁이 며느리, 셋째의 결혼에피소드, 넷째의 권투, 막내딸의 아빠사랑이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아버지의 재혼 스토리마저 끼어들면서 사건이 가지를 뻗는다. 하지만 이 모든 에피소드가 거의 10분 사이에 급작스럽게 마무리가 되면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결말을 위한 결말을 내버리고 끝난다. 그런데 갑작스런 종료가 밉지 않다. 따듯한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영화적 완성도는 딴 데 가서 찾고 이 영화의 따듯함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70년대의 유명한 권투선수였던 박찬희가 넷째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개봉 : 1978년 3월 8일 동도극장

감독 : 조문진

출연 : 황해, 황정순, 도금봉, 하명중, 서승희, 윤유선,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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