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수 감독의 는 그냥 한마디로 실망스런 작품이다. 2대 트로이카로 불릴 정도로 인기 있었던 장미희 주연에 당시 활발하게 활동했던 윤일봉, 김추련이 나오고 더군다나 신인시절의 안성기까지 출연하지만 부실한 시나리오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개봉관에서 당시에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니... 관객들이 순진했던 건지, 장미희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기 때문인지 그야말로 아리송... 무엇보다 주인공의 방황에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감독은 무엇보다 승아의 방황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부족했다. 나이트클럽에서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남자들 주머니를 털거나, 대입에 실패한 후 방황하다 진태에게..
마블 시리즈는 이제 최고의 영화 프랜차이즈라 할 만 하다. 아마 최근 오락영화로서는 최상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DC가 쫓아갈래야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발군의 개성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그동안 마블 시리즈를 잘 모르는 평범한 영화 아재인 나는 모든 마블 영화를 재미있게 보진 못한다. 가장 좋았던 것이 토비 맥과이어가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니 말 다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마블시리즈의 계보에 대해 잘 모른다. 호불호도 강한 편이다. 재미있는 영화는 아주 재미있게, 재미없을 때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없게 보곤 했다. 그러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 시리즈의 어디쯤 위치하며, 인피니트 워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솔직히 1편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다만 모듬 테잎만..
버스 운수회사를 하는 아버지를 돕던 또순은 자신의 수고비 50원을 주지 않는 아버지가 야속하다. 버스 운전수가 되기 위해 소개장을 들고 찾아온 재구는 또순의 아버지에게 퇴짜를 맞고 곤란한 상황이 되자 또순이 도와주며 인연을 만든다. 또순은 아버지에게서 독립해 혼자 살며 돈을 벌어보겠다고 결심한다. 또순은 험한 세상을 한편으로는 넉살좋게 한편으로는 강단 있게 헤쳐 나간다. 결국 또순은 새나라 자동차를 사서 재구에게 운전을 시키며 새롭게 운수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재구와의 결혼에도 성공한다. 박상호 감독의 1963년 작품 에서 주인공인 또순은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일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본인을 위해서든 혹은 가족을 위해서 일하든 ‘억척’스럽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방송작가 영호는 음주가무와 바람끼를 즐기며 원고마감 어기길 밥 먹듯이 한다. 그러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수빈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딸까지 뒀지만 그의 바람기와 음주가무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데, 어느날 영호는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고 절망한다. 절필한 그를 대신해 수빈은 회사에 나가지만, 영호가 사장과의 관계를 오해하면서 자살을 기도한다. 해변가 목사에게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후 하느님의 존재와 수빈의 사랑을 깨닫고 성실한 인간이 된다. 그의 심장판막증도 기적같이 치료된다. 심재석 감독의 1984년 작품 는 정윤희의 마지막 작품이다. 당시 떠들썩한 스캔들 이후 모든 연기활동을 접게 된다. 하지만 대단한 배우 정윤희의 은퇴작이라는 타이틀을 걸기에는 이 영화의 함량이 부족한 편이라 아쉽다. 반면 주..
몇 년 전에 백설공주를 재해석한 영화가 동시에 선보인 적이 있다. 타셈 싱 감독의 와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한 같은 영화들이다. 그 당시에는 백설공주라니 하며 볼 생각도 안했다. 이미 동화책으로 읽었고, 디즈니 만화도 봤으며, 원본이라 해서 발칙한 내용이 들어있던 소설도 읽었다. 새롭게 각색한다고 해도 백설공주를 주체적으로 만들어 현대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겠지 싶었다. 그렇게 관심 없던 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올레TV에서 무료영화로 등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타셈 싱 감독이라는 것도 조금은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영화는 딱 내가 상상하는 만큼 각색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는 동안 지루함보다는 생각 외로 꽤 재미가 있더라. 백설공주가 왕자가 키스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건 충분히 알 수 ..
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프랑스산 재난영화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우선 재난영화라고 하면 아미 할리우드풍의 영화들. 그러니까 땅이 폭싹 꺼지는 라든지 추위가 온통 지구를 꽁꽁 얼려버리는 라든지,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초토화시켜버리는 그도 아니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는 등 블록버스터급의 액션과 스케일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가 영웅이 되어 아무리 급박한 위기에서도 초인적으로 활약하며 가족을 구해내면서 안도감을 갖게 하는 형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니엘 로비 감독은 그러한 스텍터클한 화면과 액션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는 보통의 관객이 프랑스 영화라 하면 가지게 된 뭔가 예술적일수는 있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라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편이라고..
50년대 여배우 글로리아 그래이엄은 누와르 영화에서 낯이 익다. 특히 프리츠 랑 감독의 에서 그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 그녀가 전성기가 지난 후 50대에 이르러 죽기 직전까지 마지막 사랑을 했다는 것을 을 보면서 알게 된다. 여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녀의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글로리아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네 명의 남편에게서 각각 네 명의 아이를 두었다는 것도 그녀답지만, 아들과 나이차가 거의 없는 남자와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는 그 대담함도 아마 거칠 것 없었던 자신의 젊은날 인생으로부터 비롯된 자신감일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대담한 도전은 힘이 들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연극 공연을 ..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러시아와 북한의 지원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는 8살 여자아이 진미가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라고 말해지지만 알고 보면 진미의 생활 자체가 거짓으로 꾸며져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이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셈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찍었다는 다큐멘터리. 북한은 자신들의 나라가 지상낙원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었던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낙원의 실체가 자본주의 세계 사람들에게는 조지 오웰의 를 능가하는 통제사회일 뿐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결국 그들 북한이 생각하는 낙원은 자본주의 사람이 생각하는 지옥의 모습인 셈이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의도적으로 북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