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녜스 바르다의 해변 Les Plages D'Agnes - 위대한 여감독의 자서전 세계 영화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여류감독. 아네스 바르다. 그녀가 80살이 되어 자기 자신을 반추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바로 . 키도 작은 그녀가 백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아장아장 걷는다. 진정한 예술가에게는 천진난만함이 있다. 아네스,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회가 되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한 시대를 풍미하여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온 인물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영화 안에서 잠시 나르시시즘에 빠진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한다. 아네스 바르다는 그녀의 삶을 반추한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영화, 자신의 삶을 이토록 자신감있게 자랑할 수 있는 인생이란 얼마나 행..
리벤지 Revenge - 그녀의 화끈한 복수가 시작된다 부유한 유부남 리차드의 사냥 여행에 불륜 상대로 동행했던 젠. 즐거움도 잠시. 그녀의 육감적인 몸은 친구들의 성욕을 자극하고, 강간을 당하고 만다. 사건을 은폐하려는 리차드는 젠을 절벽으로 밀어버린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젠은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는 그야말로 갈 데 까지 가보는 영화다. 앞 뒤 잴 것 없는 단순한 스토리는 오로지 복수의 처절한 쾌감만을 향해 달린다. 이 영화에서 상황이 말이 안된다거나 현실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그러라고 만든 영화인데다가 젠의 복수가 끝난 후 그녀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심 사항이 아니다. 그냥 영화 속 세계를 즐기면 되는 영화다. 또 다른 재미라면 는 감독이 여성이라서 만..
해적들의 도시 La Ville Des Pirates - 난해한 80년대 아트필름 칠레 출신이면서 유럽에서도 꽤 활약을 한 아트영화계의 거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영화세계를 내가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어울리려나. 아니면 그냥 라울 루이즈 감독의 자위라고 치부해 버리는 게 더 어울리려나. 라울 루이즈 감독이 프랑스에서 만든 84년 작품 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70~80년대풍 예술영화인건가? 아니면 장 뤽 고다르풍으로 관객들이 이해하든 말든 나는 내 스타일로 간다는 걸까? 어쩄거나 영화는 요 몇년을 통털어 지루함으로는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참고 참아가며 영화를 다 본다고 해도 스토리를 이해할 순 없었다. 딱 하나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에 대한 한 여인의 내면을..
제임스 본드, 에단 헌트... 또 누가 있지?... 쟈니 잉글리쉬. 음, 그렇다. 이 분도 스파이다. 나이가 차서 이제 정년퇴임하신 스파이. 이미 아날로그시대에 그 사명을 다 하신 분.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에 쟈니가 다시 소환된다. 왜냐하면 디지털 시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등잔밑을 아날로그가 밝힌다고 할까?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스의 코믹 스파이물 는 1편과 2편으로 제 소임을 다한 시리즈라 할 만하다. 하지만 점점 고도화되어가는 디지털 시대를 비틀어 패러디하는 것은 꽤 재미난 상상이 되더라. 마치 슬랩스틱은 아날로그가 어울린다는 듯이 말이다. 로완 앳킨스이 보여 주었던 캐릭터 미스터 빈과 쟈니 잉글리쉬는 먼 과거로 가면 채플린과 키튼 그리고 로렐과 하디에 대한 오마주이기 때문이다. 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며 고아가 된 6살 프리다는 외삼촌집에서 살기로 한다. 외삼촌과 외숙모는 친딸처럼 대하려고 노력한다. 프리다는 사촌동생 아나와 1993년의 뜨거운 여름을 즐겁게 보낸다. 그러나 프리다는 외삼촌집에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름대로 반항도 해보지만 프리다는 자신의 위치를 서서히 알게 된 걸까? 하염없이 운다. 고아가 된 6살 여자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 밖에 없다. 카를라 시몬 감독이 느리지만 섬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상실감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여자아이의 삶이다. 자잘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어른이 된 지금 프리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보다는 조카를 키우게 된 외삼촌 부부의 감정에 더 동일화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이 영화에서 엄마의 죽음의 원인은..
는 미세먼지를 소재로 한 프랑스산 재난영화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우선 재난영화라고 하면 아미 할리우드풍의 영화들. 그러니까 땅이 폭싹 꺼지는 라든지 추위가 온통 지구를 꽁꽁 얼려버리는 라든지,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초토화시켜버리는 그도 아니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이는 등 블록버스터급의 액션과 스케일을 기대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가 영웅이 되어 아무리 급박한 위기에서도 초인적으로 활약하며 가족을 구해내면서 안도감을 갖게 하는 형식이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할리우드식 재난영화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니엘 로비 감독은 그러한 스텍터클한 화면과 액션에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는 보통의 관객이 프랑스 영화라 하면 가지게 된 뭔가 예술적일수는 있지만 재미는 없을 것 같다라는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편이라고..
50년대 여배우 글로리아 그래이엄은 누와르 영화에서 낯이 익다. 특히 프리츠 랑 감독의 에서 그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난 연기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 그녀가 전성기가 지난 후 50대에 이르러 죽기 직전까지 마지막 사랑을 했다는 것을 을 보면서 알게 된다. 여배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녀의 에너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글로리아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네 명의 남편에게서 각각 네 명의 아이를 두었다는 것도 그녀답지만, 아들과 나이차가 거의 없는 남자와 거리낌없이 사랑을 나누는 그 대담함도 아마 거칠 것 없었던 자신의 젊은날 인생으로부터 비롯된 자신감일 것 같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대담한 도전은 힘이 들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연극 공연을 ..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러시아와 북한의 지원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는 8살 여자아이 진미가 김일성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라고 말해지지만 알고 보면 진미의 생활 자체가 거짓으로 꾸며져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다큐멘터리이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셈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찍었다는 다큐멘터리. 북한은 자신들의 나라가 지상낙원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싶었던가 보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낙원의 실체가 자본주의 세계 사람들에게는 조지 오웰의 를 능가하는 통제사회일 뿐이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결국 그들 북한이 생각하는 낙원은 자본주의 사람이 생각하는 지옥의 모습인 셈이다.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의도적으로 북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