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라이트 감독의 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하긴 했다. 멜로드라마를 고급스럽게 만들었던 감독이 액션영화라니...그런 느낌. 그래서인지 그다지 관심이 생기진 않았다. 게다가 입소문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기대는 점점 떨어졌다. 얼마나 관심이 없었던지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배우 에릭 바나가 나오네? 이랬을 정도다. 하지만 다 보고 난 후엔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인간 병기로 키워진 어린 소녀의 맨몸 액션도 볼 만 했지만 그것보다는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외로움의 정서가 와 닿는다. 마치 본 시리즈를 처음 볼 때의 느낌과도 비슷했다. 알싸한 감정이라고 할까? 묘하게 가슴 한 곳이 묵직해지다가 여운이 드리우고, 뭔가 슬픈 듯 하다가 쓸쓸해지는 것 같은 느낌. 영화가 너무 뛰어..
아내와 데이트 할 때 토비 맥과이어가 나왔던 을 너무 너무 재미있게 봤고 우리는 곧 팬이 되어버렸다. 그때 아내는 내가 토비 맥과이어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얼굴이 좀 닮았나보군 그랬다. (아!! 착각은 자유) 지금 생각해보면 토비 맥과이어가 아니라 극 중 피터 파커의 어리버리한 면이 닮았다는 소리였던가 싶다. 그래도 어리버리함 속에 감춰진 스파이더맨은 얼마나 멋진가? 미안해. 여보야. 나는 여전히 어리버리하기만 할 뿐 스파이더맨이 못되고 있네. 언젠간 그 쫄쫄이가 살찐 내몸에도 맞을 날이 오겠지.^^ 이렇게 스파이더맨은 어리버리하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고, 실존과 정체성으로 고뇌하는 인물이었다. 내가 열광하는 또 하나의 시리즈 본의 초인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제 잊고 삶에 지져갈만할..
을 보고 난 후 을 연달아 봐서 인지 마시 태지딘 감독의 이 영화가 좀 더 다가왔던 것 같다. 굳이 두편을 비교하지 않고 자체만으로도 꽤 성실하게 결혼 3년차 젊은 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 영화에서 의 톰과 제리 부부의 아들인 조가 결혼한다면 이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조가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게 된다면 그도 자신의 부모인 톰과 제리처럼 현명하게 극복하며 늙어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거 말이다. 4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마이클(샘 워싱턴)부부. 그들은 연애기간동안 잠시 헤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다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중산층으로 안락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도 외도를 부추기는 순간들이 다가오..
마이크 리 감독의 은 정말 완벽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TV드라마를 보는 듯 모든 장면 장면이 욕심이 없어 보였다. 편했다는 말이다. 배우들의 잔잔한 연기가 친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마이크 리의 영화들은 일상의 잔잔함을 응시하면서 또한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을 만들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에 이르러서는 그 감정의 폭발이라는 영화적 장치를 배제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V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고 얘기했듯 에는 정말 대화만 있다. 그것도 보통 수준이 높다고 하는 철학적이거나 어려운 이론을 동원하거나 그런 것도 없다...
발레리오 추를리니 감독의 1961년 작품 이 보고 싶었던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끌라우디아 카르디날레 때문이다. 물론 옛날 FM라디오 영화음악실에서 자주 틀어 주던 주제음악도 기억 속에서 맴맴 돌기도 했지만, 몇 년 전 을 보고 난 이후 끌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아름다운 외모는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에서도 끌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너무 예쁘더라. 너무 아름다워서 정말 그녀에게 푹 빠져버릴 것 만 같더라. 더군다나 가슴을 강조한 의상, 잘록한 허리, 아름다운 다리를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는 풍성한 곡선의 치마자락. 거기에다 약간은 백치미를 강조한 농염함이라니. 나는 이 영화의 주인공 로렌조(자크 페랑)가 아이다(끌라우디아 카르디날레)를 처음 본 순간 느꼈을 그의 마음을 뒤흔든 감정의 폭풍을 이해할..
마릴린 먼로를 배우로서든, 핀업 스타로서든, 한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는 아니었다. 훌륭한 감독의 훌륭한 작품에 자주 출연했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녀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오토 플레밍거 감독의 을 보면서 조금 변했다.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나긋한 목소리로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의 스타 이미지를 고스란히 가져온 장면은 세월을 견디면서 진부한 클리쉐가 되어버린 탓으로 섹시함은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짙은 화장덕분에 그녀가 마네킹처럼 보였다. 이런 마네킹이미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따라다녔다. 그녀는 정말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리고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치마 대신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와..
모든 것은 내가 진추하의 노래 ONE SUMMER NIGHT을 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어디선가 흘러 나오고, 중학생 때는 라디오의 영화음악실에서 많이 들었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샀던 비짜 영화음악 모듬 테잎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 입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 때문에 많이 좋아하는 노래였다. 그래서 one summer night이 라는 영화의 주제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는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번쯤 보고 싶은 영화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서고 그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완벽하게 사라져버린 영화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one summer night이 삽입되어 있는 바로 그 영화인가 보다 했는데 두 영화..
여름방학이었다, 부산 대한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시원한 파도를 보면서 잠시 넋을 잃었다. 극장 티켓을 끊은 시간대는 이미 영화가 시작된 후였기 때문에, 어둠에 눈이 익숙해 질 때까지 나를 집어 삼킬 듯 몰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은 아주 강렬해서 지금도 생생하다. 이고르 오진스 감독의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의 첫 기억이다. 어린 마음에 영화도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추억의 영화가 되었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젊은 시절 철인경기에서 2위를 한 후, 평생 패배감에 살고 있는 아버지 조는 큰 아들 애덤을 챔피언으로 만들어 자신의 한을 풀려고 한다. 둘째인 스티브도 같이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스티브를 형의 훈련 파트너로만 생각할 뿐, 노골적으로 형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