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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데이트 할 때 토비 맥과이어가 나왔던 <스파이더맨>을 너무 너무 재미있게 봤고 우리는 곧 팬이 되어버렸다. 그때 아내는 내가 토비 맥과이어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당연히 얼굴이 좀 닮았나보군 그랬다. (!! 착각은 자유) 지금 생각해보면 토비 맥과이어가 아니라 극 중 피터 파커의 어리버리한 면이 닮았다는 소리였던가 싶다. 그래도 어리버리함 속에 감춰진 스파이더맨은 얼마나 멋진가? 미안해. 여보야. 나는 여전히 어리버리하기만 할 뿐 스파이더맨이 못되고 있네. 언젠간 그 쫄쫄이가 살찐 내몸에도 맞을 날이 오겠지.^^

 

 

이렇게 스파이더맨은 어리버리하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고, 실존과 정체성으로 고뇌하는 인물이었다. 내가 열광하는 또 하나의 시리즈 본의 초인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제 잊고 삶에 지져갈만할 즈음 다시 한번 쫄쫄이를 입은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그것도 굉장히 놀라운 대단한 이름을 단 스파이더맨으로 말이다.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리부트 형식이라 피터 파커와 삼촌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가져온다. 그 외에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한 피터 파커가 사라져서 나는 어리버리해진다. 어리버리한 피터 대신 머리 좋은 피터는 매력이 좀 없다. 반항하고 똑똑한 척 구는 메리 제인은 진짜 똑똑한 그웬 스테이시로 바뀐다. 역시 너무 모범생이기만 한 그웬은 제인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모범생들이 쓰는 도덕 리포트처럼 느껴진다.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 메꿔줄 아버지들의 향연은 여전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양부들은 좀 도식적으로 그려져 있는 건 아닐까? 삼촌은 직접적인 아버지의 대리인으로 책임감이라는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와 죄의식을 가르쳐주는 인물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똑 같은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여기엔 불만이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아버지의 자아를 표출하는 리자드맨과 그웬의 아버지는 지나치게 단순하게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도식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가면을 쓴 스파이더맨의 중요한 포인트라 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 약화된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가면은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스파이더맨은 지나치게 얼굴을 자주 노출한다. 그것이 신비감을 제거해 바로 이웃에 있는 좋은 사람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보이고 과시하고 싶어하는 유투브세대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게 자주 얼굴을 드러내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화려한 액션만 남는 틴에이저의 팝콘 무비가 되어 버린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영화는 피터 파커의 내면의 고뇌보다는 미끈한 육체를 강조하는 쫄쫄이와 아크로바틱한 율동에 더 치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에 작문 선생님이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와 닿지가 않았다. 차라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 끝까지 그렇게 가야했다. 그냥 그웬과의 사랑의 완성으로만 말이다. 어차피 그웬은 스파이더 맨이 피터 파커임을 알고 있으므로, 메리 제인처럼 피터 파커냐 스파이더맨이냐를 고민할 필요도 없지 않나? 공부잘하는 그들에게 장애물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러니 긴장도 없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은 단순한 재미만 있다. 이 영화가 재미없다고 이렇게 쓴 거 아니다.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아쉽다고 징징 거리는 거다. 악당들은 좀 더 실존의 문제로 머리를 쥐어 뜯었으면 좋겠고, 피터 파커는 어리버리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리버리한 내가 감정이입도 좀 해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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