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의 를 보는 내내 론 쉐르픽 감독의 이 떠올랐다.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고,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세상의 비정함을 체험한다. 단지 다른 것이라면 의 주인공인 제니가 중산층 부모를 둔 청소년으로 보호받는 존재로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표출한다면, 의 주인공 미아는 아버지가 없는 하류층의 결손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각박함까지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일정한 성취를 거두고 있는 두 영화의 주인공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살아내고 있지만 공통된 고민을 안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꾼다는 것은 사실 두편의 영화가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영국에서 10대 후반의 여자아이의 삶이란 어떤것일까? 두 영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유부남에게 연정을 느끼고 있고..
알란 파커의 영화중에는 음악이 영화보다 더 많이 알려진 영화들이 있다.우선 조르지오 모로더의 음악이 유명한 78년 작품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이후 아이린 카라의 주제곡이 크게 히트한 80년 작품 페임거의 컬트로 추앙받고 많은 매니아를 양산했던 82년도 작품 핑크 플로이드의 월그리고 소울/블루스를 부르는 아일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 91년 작품 커미트먼트여기에 마돈나가 출연한 에비타를 더하면영화와 함께 음악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 된다. 그중에서도 페임은 아이린 카라의 주제곡이 크게 히트하면서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리메이크작품이 개봉되기도 해서다시 한번 예전 오리지날 작품을 감상했는데마치 처음 본 영화처럼 기억에 없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고기억에 있는 장면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
정말 몇 년 만에 영화를 보고 난 후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 말이다. 하지만 그 눈물이 조금 낯설고 부끄러웠던 이유는 감정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이라기 보다는 (즉, 영화에 몰입했다기 보다는) 벤자민이 아내와 딸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이후 그가 어려지기 시작한 후 갑자기 센티멘탈해지면서 만들어진 눈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물 흐르듯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최상의 조건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처럼 보였다. 뛰어난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은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드라마 한편을 내 놓았다는 데 의심이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가 종반을 넘어서면서도 무덤덤했다. 재미는 있는데 이상하게 감동이 없었다. 데이빗 핀처의 영화이기 때문에 내가 기대하는 부분이 남달랐기 때..
칼라 텔레비전이 우리 집 안방으로 들어온 건 다른 집보다 몇 년은 늦었던 터라 처음 만난 슈퍼맨은 나에겐 파란색 쫄쫄이에 빨간색 팬티가 아니라 회색이었다. 하지만 색깔이 문제랴. 그 대단한 능력에 홀딱 빠져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슈퍼맨 2와 3을 몇 년에 걸쳐 연달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재미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유치해지기 까지 했다. 그러다 드디어 저울질 하던 옆 극장의 을 포기하면서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보게 된 대망의 는 그 동안 슈퍼맨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좋은 기억마저 모두 앗아가며 “내가 미쳤지. 사랑과 영혼 대신 이걸 선택하다니”하며 내 발등을 도끼로 찍어 대는 사태를 빚고야 말았던 것이다. 급기야 그렇게 멋지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느끼해서 봐 줄수 없고, 그렇게 예쁘던 마곳 키더는 웬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를 보았다. 역시나 혀를 내둘렀다. 무엇보다 2시간 40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그 역동적 리듬에 홀렸다. 타란티노는 확실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 현대의 거장이 된 것 같다. 유기적으로 흐르는 스토리 라인을 비롯, 폭력 과잉을 미시적으로 보여주는 카메라는 야만적이었던 당시의 시대와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되돌아 보게 한다. 하지만 그런 거대 담론보다는 이 영화에서 매력적이고 재미 있었던 부분은 따로 있다. 장고라는 캐릭터로 대표되는 한 개인으로서 인간이 이성의 논리보다는 본능의 논리에 따라 해결해 버리는 복수 행위가 마치 질서를 배반하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상황이겠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
허버트 로스 감독의 를 보았다. 일단 정말이지 영화에 삽입되어 있는 음악들이 너무 너무 좋다. 케니 로긴스의 메인타이틀 주제가 는 언제 들어도 신나는 음악이었고, 보니 타일러의 를 비롯해, deniece williams의 , 영화의 러브테마였던 등 하나같이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라 더 신나고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영화는 아마 90년대 초반쯤 CIC비디오에서 출시되었던 비디오로 봤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다지 재미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이미 중딩때부터 들었던 사운드트랙을 통해 알고 있던 노래도 그다지 와 닿지 않았던 듯 싶은데, 나이 들고 다시 보니 이 영화 왜 이리 귀엽던지… 이번에 봤을 때는 내용도 좋더라. 예전에는 내용이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다. 록음악과 춤이 금지된 보수..
일본영화의 느긋함(?)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지만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는 꽤 재미있게 보았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든 이유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누구나 우러러보는 팔방미인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고 학교를 나오지 않음으로 해서 많은 아이들이 혼란에 빠지고, 사건이 벌어지지만, 그 속에서 팔방미인적 재능은 부족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끝까지 열심히 매진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키리시마라는 인물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혼돈(?)을 통해 우리들이 그동안 얼마나 특출나다고 생각되어졌던 인물에게 휘둘리는 존재들이었던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돌이켜보면 나 자신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고, 키리시마의 친구라는 특별함(?)에 의존하는 극악의 몰개성..
크리스티앙 레브링 감독의 는 덴마크에서 만든 서부영화다. 마치 예전 이탈리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이 생각나는 설정. 줄거리덴마크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존(매즈 미켈슨)은 7년만에 그리웠던 아내와 아들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은 도착 첫 날 미국 서부의 불한당들에 의해 죽고 만다. 결국 존의 아메리칸 드림은 아메리칸 나이트메어가 된 셈. 존은 복수를 결심하고 그 불한당들을 모두 쫓아가 죽여버린다. 그런데 그 불한당의 형이 한 마을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보스 델라루였던 것. 이제 존과 델라루의 숙명적 대결만이 남았다. 는 마카로니 웨스턴처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티앙 레브링 감독은 전 세계의 리더로 자처하는 미국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