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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계절>을 보고 난 후 <라스트 나잇>을 연달아 봐서 인지 마시 태지딘 감독의 이 영화가 좀 더 다가왔던 것 같다. 굳이 두편을 비교하지 않고 <라스트 나잇> 자체만으로도 꽤 성실하게 결혼 3년차 젊은 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되지만, 어쨌든 이 영화에서 <세상의 모든 계절>의 톰과 제리 부부의 아들인 조가 결혼한다면 이렇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조가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게 된다면 그도 자신의 부모인 톰과 제리처럼 현명하게 극복하며 늙어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거 말이다.
4년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조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마이클(샘 워싱턴)부부. 그들은 연애기간동안 잠시 헤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하다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중산층으로 안락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도 외도를 부추기는 순간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류 감독인 마시 태지딘은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항상 사랑으로 충만하지는 않으며, 위기도 곧잘 다가온다고 말하고 싶었을 테다. 그리고 그것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조는 파티에서 만난 남편 마이클의 동료인 미모의 로라(에바 멘데스)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다툼. 하지만 마이클은 로라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그들은 서로를 믿으며 현명하게 극복하는 듯 보인다. 마이클이 출장을 가게 된 그날. 조의 옛사랑 알렉스(끼욤 까네)가 불쑥 찾아온다. 흔들리는 조. 과연 조와 마이클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까?
이런저런 사정이야 어떻든 결국 마이클은 로라와 섹스를 한다. 조는 흔들리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며 섹스를 하지 않고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마이클은 로라와의 섹스에 죄책감을 느끼고 일을 버려둔 채 아내에게로 돌아가기로 한다. 조는 아쉬움에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상태에서 둘은 다시 만난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남편이 조는 마냥 반갑지 않고, 죄책감을 숨긴 채 돌아온 마이클은 아내의 반응에 좀 당황한다. 그리고 마이클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구두와 아내의 모습을 통해 외도를 의심하는 마이클의 모습에서 영화는 끝난다.
어떻게 될 것인가는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번 <세상의 모든 계절>을 떠올렸다. 그들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에 따라 톰과 제리부부가 될 것이냐 아니면 메리가 될 것이냐가 판가름 날 것이다. 이미 마이클은 불륜을 저지른 상태다. 용서할 수 있을까? 조는 용케 불륜은 피했지만 아쉬움에 공허한 상태다. 영화는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만 던질 뿐이다.
이것은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한 질문일수도 있을 것 같다. 합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을 강구해볼 것인가? 결국 <세상의 모든 계절>과 <라스트 나잇>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라고도 생각된다. 영화가 정답을 내놓지 않았으므로 답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 되었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답을 적어낼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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