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감독의 1973년 작품 는 유신때의 모범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할 만하다. 당시의 국가가 모범이라고 강요했던 시대적 요청들은 네 명의 주인공인 국일(신일룡), 장호(송재호), 경자(여수진), 정옥(나오미)에 의해 보여진다. 영화가 시작하면 여대생인 경자와 정옥은 졸업을 앞두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새벽에 우유배달을 해서 불우이웃을 돕자고 의기투합한다. 경자의 집에서는 역시 대학졸업반인 국일과 장호가 하숙을 하고 있는데, 현재 하숙비를 못 내 눈칫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국일은 하숙비를 빌리기 위해 찾아간 교수 사무실에서 정옥을 만나 한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한다. 하지만 정옥은 콧방귀도 안뀌지 뭐… 취업이 힘들긴 하지만 국일은 자동차 회사에 취직이 된다. 성실함으로 사장의 인정도 받게 된다. ..
하길종 감독의 유작 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완성도 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전작인 의 영광을 생각해도 그랬다. 하지만 그저 그런 영화라고 단순하게 말할 성질의 영화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는 탄탄해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힘은 빠져 보였다. 어쩌면 하길종 감독은 처음부터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의 속편이어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당대 유신 체제에서 숨 막혀 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아닌 척 하면서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으로부터 3년후. 병태(손정환)는 병장말년이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다. 영자(이영옥)가 면회를 온다. 영자가 그리웠던 병태는 영자를 붙잡지는 못한다. 병태가 제대하고 영자는 졸업한다. ..
1974년에 개봉된 김대희 감독의 은 당대가 요구했던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건전한 젊은이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 할만하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사인 신프로덕션에서 제작되었는데, 당시 떠오르는 젊은 배우였던 신영일과 서미경이 오지명과 함께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 내용은 계몽영화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던 걸 보면, 전체적으로는 연출이나 연기, 시나리오 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방송에 출연해 증언하기로 한 자수 간첩이 암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비행기 조종을 하는 신영일을 보여준다. 마침 울릉도에 어린이 파상풍 환자가 발생하여 혈청이 필요하게 되고, 의학을 공부하는 서미경이 자신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동행한다...
심우섭 감독이 1974년에 만든 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 했다. 나름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을 가진 심우섭 감독이지만,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서 제대로 무너진다고 할까? 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딱 하나다. 제작사 동아흥행이 당시 유신정권의 입맛에 맞게 대충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다. 그리고 우수영화에 당선되고, 외화쿼터를 따서 외화를 수입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눈에 보이는 속셈. 하지만 그 시대에 그 속셈을 무조건 탓하지만은 않겠다. 외화쿼터는 그야말로 그 시대 생존일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권택이나 유현목 감독등이 외화수입쿼터를 위한 우수영화라는 허울좋은 제도 덕분에 그래도 여러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심우섭 감독은 그들이 가진 내공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날림..
임권택 감독은 1978년에 라는 걸출한 작품을 만들면서 앞으로 한국영화계의 거장이 될 초석을 다졌다. 더불어 임권택 감독은 1978년에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두 편 만든다. 바로 북한 어린이와 남한 어린이의 비극적인 우정을 다룬 과 한 소년의 성장담 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이 두 편의 영화가 어린이용 영화에서 기대함직한 밝은 기운을 그다지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임권택 감독은 어린이를 마치 어른처럼 다루고 있다. 장난꾸러기 환(이영수)은 공원에서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하던 중 나무에 있는 새집을 떨어뜨린다. 마침 공원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새집을 다시 올려주려다 실족하여 병원에 실려간다.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의기소침했던 환은 바닷가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
하길종 감독의 이 올레TV 에 있길래 또 보았다. 여러 번 보는 거지만 역시 볼 때마다 재미있고 새로운 것들이 숨어 있다 나타난다. 어떻든 이제는 스토리를 다 알기 때문에 좀 더 세부적인 면을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았던 사회 정치적인 면등등을 떠나 이번에는 정말로 주인공인 이 20대 초반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철의 방황이나 병태의 패배주의 등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70년대라는 유신 상황에서 병태와 영철, 영자와 순자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데, 그것이 현실에 안착해 있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에 서글프더라. 그렇다면 그들은 꿈이 없거나, 혹은 꿈을 꿀 줄도 모르거나, 아니면 꿈을 꾸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하길종 감독은..
변장호 감독의 가 시작되면 어안렌즈로 심하게 굴곡되어 나타나는 서울 도심이 보인다. 뭔가 비정상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곧 강박사(남궁원)가 심각한 공해문제에 대해 강의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 세상이 공해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앵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이어 강박사는 아내인 정희(고은아)가 과대망상형 도착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정신과 의사는 이 병의 원인으로 중년 여성의 소외감 외에 공해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곧 우리는 정희가 남편 강박사의 영향으로 환경오염문제에 심각한 편집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강박사와 제자 나미(유지인)는 정희를 현실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질투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곧 나미는 그들과 동거..
박호태 감독의 를 보았다. 나에게 박호태 감독은 80년대 내내 시리즈 덕분으로 에로영화 감독으로만 인식되었는데, 70년대 영화를 몇 편 찾아보면서 그가 생각보다는 여러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길 만한 완성도 있는 작품은 드문 편이지만, 78년에 개봉된 는 호스티스물의 인기에 힘입어 크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는 이듬해인 1979년에 개봉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봤던 박호태 감독의 작품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호(남궁원)과 연하(윤연경)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후, 시골의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삶을 바치고 있다. 그들은 아들과 딸을 두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광호는 분교장 모임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