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에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박태원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1977년에 개봉된 이라는 영화다. 어릴 때 TV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남아 있는 영화다. 얼마전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예전의 재미는 느끼기는 힘들었지만, 확실히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다. 은 1973년에 개봉된 을 만든 박태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유신시절에 많이 만들어졌던 계몽영화다. 자신의 사재를 털어 희망자율원이라는 일종의 청소년 선도기관을 운영하는 전직 검사의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하고자 하는 4명의 우범소년들이다. 하명중, 김도향..
1961년 으로 데뷔한 김기덕 감독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60년대의 중요한 감독중의 한 사람이다. 예술성보다는 오락성 위주의 대중영화에 천착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당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며 , ,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77년에 개봉된 은 kmdb의 기록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의 이력에 비추어볼때 마지막 작품의 격에는 조금 못미치는 작품처럼 생각되어 약간은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다. 은 이후 인기급상승한 하이틴물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당시 이승현을 중심으로 한 코믹학원물과 함께 스포츠를 중심에 둔 하이틴 영화가 새로운 서브장르를 형성하고 있었다. 특히 스포츠 소재의 하이틴 영화는 개인보다는 집단을 내세우면서 당시 사회가 요구했던 협동이라는 메시지를 좀 더 직접적으..
김수용 감독의 1974년 작품 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1부에 해당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윤씨부인(김지미)과 최참판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구성되었다. 김수용 감독은 많고 많은 다양한 인물들을 나름대로 이해가능하게 적절하게 캐릭터를 잡아낸다. 또한 유려한 촬영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깊이감은 이 영화의 완성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가야 할 서희의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길상과 봉순의 존재감마저 뚜렷하게 살아나지 못하면서 서희의 탈출 부분에 대한 클라이막스에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불균질적인 문제를 김수용 감독의 실책으로만 탓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나는 김..
최하원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야 겠다. 그다지 인구에 회자되는 감독이 아니라서 관심도가 덜했는데, 지금까지 감상했던 그의 작품 6편은 나름대로 완성도도 있었고, 재미면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내가 잘 알려진 그의 성공작들만 봐서 느낌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최하원 감독이 펼쳐내는 내공은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그는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독이었겠지만 지금의 후학들에겐 거의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78년에 개봉된 은 부부사이에 있을만한 육체적 트러블을 중심 소재로 두는 성인영화다. 정숙(김영애)은 남편(김희라)의 문란한 사생활에 혐오감을 느끼고 이혼한다. 하지만 곧 이혼을 후회하고 신혼여행을 갔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
아~~~ 이 아스트랄함을 어찌할 것인가... 는 대배우 박노식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본 에서 느꼈던 기이함을 2011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있었던 발굴전을 통해 , ,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이함과 황당함의 전설 박노식 감독의 첫 작품을 보면서 그 기이한 상상력의 태동을 봤다는 것에 대해 감동하고 첫 작품이나 70년대의 마지막 작품(공식적으로 83년작 돌아온 용팔이가 마지막 감독 작품이다.)까지 변함없는 그 스타일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런들 저런들... 아~~~ 이 황당함은 어쩔것이여... 한 아이가 움직이지 않는 소를 보며 “빨리 가자”며 울고 있다. 곧 첫 장면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바로 자동차 안에서 불타는 남녀를 보여주다 남자를 죽이는 의문의 사나이에게로..
변장호 감독의 1971년 작품 은 눈물이 눈물을 불러오고, 사소한 엇갈림의 비극이 비극을 쌓아가는 전형적인 신파영화의 구성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낡았다는 느낌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 영화다. 아마도 사건의 대부분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면서 운명적인 삼각관계에 얽혀든 동식(신영균), 민규(최무룡), 상희(윤정희)의 심리변화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또한 세사람의 과거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대신 회상을 통해 빠르게 전후의 사정만 설명한 후, 과연 현재에서 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에 더 집중하면서 스토리의 늘어짐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또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다. 민규와 상희는 아들 욱(김정훈)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민규는 죽을 줄만 ..
은 제작자로 더 유명한 주동진 감독이 발표한 영화다. 당시 인기를 구가하던 우연정이 주인공 오현미 역할을 맡아 매력을 뽐낸다. 파워 있는 제작자답게 이 영화에는 당대의 인기스타들이 총 출동하고 있다. 우연정과 결혼하기 위해 달려드는 남자들로 이기동, 쓰리보이, 트위스트 김이 출연하고, 그 외 신일룡, 백일섭, 도금봉, 김진규 등 나름 호화캐스트를 자랑한다. 영화적으로도 뮤지컬적 요소를 도입하는 등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신흥실업의 여사장이 죽자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 오현미가 귀국하여 새로운 사장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일에는 관심이 없다. 주위의 골 빈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에 몰려든다. 하지만 새로 채용된 월남전 참전 출신의 비서와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려는 포부를 ..
석래명 감독의 은 의 공식속편이라 할 수 있다. 가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김응천 감독이 를 바로 개봉시키며 흥행에 성공했고, 그 뒤를 이어 석래명 감독은 을 통해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이후의 하이틴물들이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남발하면서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는데, 을 보는 동안 당시의 영화제작자나 감독들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태도로 제작에 임했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은 전편인 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다. 초반에 얄개 두수(이승현)의 누나(정윤희)와 매형(하명중)에 대한 심술궂은 장난끼를 전시하고, 중반부는 호철(김정훈)을 통해 면학과 학생다움에 대한 설명을, 후반부엔 호철의 전학을 통해 우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설교한다. 사실 이 영화는 아이디어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의 구조를 피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