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섭 감독은 한국의 코미디 영화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이름이긴 하지만 작품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적당히 흥행을 노릴 만한가벼운 영화를 값싸고 빠르게 찍어주는 감독 중의 한 명이었던 듯 싶다. 60년대 후반 , 등 구봉서, 남정임과 함께 한 일련의 영화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코미디에 좀 더 정진한 듯 보이지만, 코미디를 통해 시대를 성찰하기 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볍게,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유치할 수 있는 농담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979년에 개봉된 역시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가수 이은하의 히트송을 등에 업고 흥행을 노린 이 작품은 가수를 지망하는 왈가닥 가정부 정옥, 부잣집 아가씨와 결혼해 한 몫 잡아보려는 운전사 ..
고교 하이틴영화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1977년. 같은 성인영화로 유명한 정인엽 감독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바로 라는 영화다. 당시 하이틴 영화라고 하면 이승현과 김정훈을 주인공으로 한 남고교생의 학교 교실과 집안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활약상을 코믹스럽게 묘사하는게 주된 내용이었지만, 는 소재를 야구에서 가져온다. 이 영화는 1972년 제25회 황금사자기 대회 결승전에서 군산상고가 부산고를 상대로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일일까? 캐스팅에서도 얄개영화의 대표 얼굴이라할 이승현과 김정훈 대신 진유영과 이동진 그리고 얄개들의 영원한 워너비 강주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불굴의 투수 세훈을 ..
이은수 감독의 는 박력있는 자동차 추격전으로 힘있게 시작한다. 미국영화와 비교한다면이야 단조롭긴 하지만, 당시의 한국영화에서는 드문 편이었던 자동차 추격씬은 그 자체만으로 화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더군다나 볼거리에의 취중은 주인공 마리역의 루비나의 세련된 외모도 한 몫하고 있거니와, 홍콩을 배경으로 활용하며, 나이트클럽의 섹스 쇼를 끼워넣는등 이국적인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하면서 철저한 오락영화가 되려고 한 듯 보인다. 그런 점에서 는 어쩌면 70년대 유행했던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재빠르게 한국적으로 변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너무 낮은 관계로 한국영화계에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장르로 정착시키는데도 실패하고 만다. 비슷한 영화로 신상옥 감독의 를 들..
윤정희의 얼굴은 원조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문희와 남정임에 비해 차가운 성숙미가 돋보인다. 그래서 그런가 청순가련형의 인물은 문희에게 뒤지는 듯 하고, 도시 여성의 이미지도 남정임이 좀 더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지적인 인물을 연기할 때는 윤정희가 더 어울리는 편이다. 그런데 의외로 코미디에서도 꽤 자연스럽다. 이것은 문희나 남정임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이라고 봐야할 듯 하다. 문희가 코미디 연기를 그다지 시도하지 않았고, 남정임이 구봉서나 기타 코미디언들과 연기하긴 했지만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윤정희는 코미디 영화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김영걸 감독의 1971년 개봉작 도 윤정희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희극이다. 1970년대로 들어서도 여전히 ..
진짜 진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는 이승현, 김정훈 등의 얄개시리즈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벌이던 1978년에 개봉했다. 하이틴 영화가 여학생의 순정이야기에서 남학생들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패러다임이 이동한 때문인지는 몰라도 는 그다지 큰 화제를 모으진 못한 것처럼 보인다. 혜은이의 동명 주제가는 큰 히트를 기록했지만 말이다. 또한 내러티브적인 면에서도 지영(임예진)의 희생적인 순정스토리가 주 플롯을 이루지만 남자주인공인 진(김현)을 마라톤 선수로 설정하면서 스포츠라는 소재를 끌고 들어오면서 다분히 얄개시리즈를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가 3편을 이어오면서 내용과 배경은 조금씩 바뀌지만 에 이르면 왠지 식상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문여송 감독의 섬세하지 못한 연출력은 여전히 여기 저기 구..
는 시리즈의 2탄이다. 임예진, 이덕화 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전편의 스토리를 이어가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는 제목을 로 변경해도 될 만큼 임예진은 이덕화가 문제를 일으키는 장소에는 꼭 나타나서 그를 만류한다. 극의 흐름이나 전개가 무색할 정도로 우연성에 기댄 이런 방식은 영화의 구조 자체를 망가뜨리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도 ‘아니 어떻게 알고 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영화에 몰입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한정아(임예진)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주고 이마에 상처를 입은 한 남학생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어느날 그 남학생은 고등학생이 된 그녀 앞에 불량청소년 송태일(이덕화)이 되어 나타난다. 전형적인 모범생 정아는 태일을 교화시키기 위해 희생정신으로 자..
70년대 중반은 그야말로 하이틴 영화의 전성기였다. 이승현, 김정훈, 강주희가 주축이 된 남고생들의 일상을 다룬 얄개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가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임예진과 이덕화 콤비가 주로 출연했던 여고생 취향의 순정만화 같은 스토리의 하이틴 영화가 이미 인기를 얻고 있었다. 1976년 개봉된 는 이후 3편까지 제작될 정도로 순정고교 장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김응천, 석래명 감독과는 반대되는 지점에 바로 진짜 시리즈의 문여송 감독이 하이틴 영화시장을 삼등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된 영수는 고교시절 서로 좋아했던 정아를 만나기 위해 목포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는 여고생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영수는 정아를 처음 만난 그 시절을 회상한다. ..
하이틴 영화의 짧은 전성기가 끝날 무렵인 1978년에 개봉된 은 하이틴 영화의 대표적 이름이 된 김응천 감독의 작품이다. 당시 문여송, 석래명 감독이 김응천 감독과 함께 삼각구도를 형성하며 경쟁했지만 결국 하이틴 영화의 대부라는 호칭은 김응천 감독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경쟁에서 김응천 감독은 다른 두 감독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인식속에 그의 이름이 가장 크게 기억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자는 하이틴 영화의 폭발을 알린 석래명 감독의 조차도 김응천 감독의 작품이라고 오인하고 있은 걸 보다 보면 얄개영화에서 그가 가지는 파워가 작품의 질보다는 그의 꾸준한 활동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는 다른 두감독에 비해 8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