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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섭 감독이 1974년에 만든 <호랑이 아줌마>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 했다. 나름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을 가진 심우섭 감독이지만,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서 제대로 무너진다고 할까이 영화의 존재 이유는 딱 하나다. 제작사 동아흥행이 당시 유신정권의 입맛에 맞게 대충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다. 그리고 우수영화에 당선되고, 외화쿼터를 따서 외화를 수입해 돈 좀 벌어보겠다는 눈에 보이는 속셈. 하지만 그 시대에 그 속셈을 무조건 탓하지만은 않겠다. 외화쿼터는 그야말로 그 시대 생존일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임권택이나 유현목 감독등이 외화수입쿼터를 위한 우수영화라는 허울좋은 제도 덕분에 그래도 여러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심우섭 감독은 그들이 가진 내공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날림 영화를 뚝딱 만들 결심을 했느냐 말이다. 심우섭 감독의 영화 중 몇 편을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더라.


전쟁미망인 강여사, 일명 호랑이 아줌마는 그야말로 유신체제에 가장 이상적으로 부합되는 인물이다. 그에게 세 딸이 있는데, 그녀들 역시 새벽종이 울릴 때 일어나 일하고,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건전한 나라를 위해 내 한 몸 바칠 각오가 된 인물들로, 소위 정신 똑바로 박힌 딸들인 셈이다. 그러니 호랑이 아줌마는 말해 뭐하리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머니와 딸들의 노력보다는 전쟁에서 죽은 아버지가 훌륭해서 라고 말하는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과연 누굴 상징하고 있는지는 말해 무엇하리. 정부와 사회가 합심해 만들어가야 할 복지 인프라를 국민 개개인에게 짊어질 것을 요구하는 <호랑이 아줌마>는 우수영화에 당선 되었는가는 모르겠지만, 절대 우수한 영화가 아니라는.


개봉 : 1974년 3월 14일 아세아극장

감독 : 심우섭

출연 : 황정순, 윤미라, 김애경, 김순복, 김진, 박근형, 유장현, 김기종,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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