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콘서트의 주제음악은아마 내가 가장 처음 들었던 영화음악이지 않았을까싶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음악이었고항상 들어도 지겹지 않았던 음악이었다. 영화는 1985년에 TV를 통해서 처음 접했다.무척 재미있었고 항상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의 영화가 되었다.이후 비디오가 출시되었지만 접하지는 못했고,90년대 초반에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이 발매되자마자 구입해여러 번 듣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이제 생활의 때가 많이 묻은 요즘,어릴때의 느낌을 생각하며 다시 본 라스트 콘서트는 무척 신파이긴 했지만,그래도 여전히 귀에 감기는 음악과 함께 무리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그리고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인물들 사이의 감정 같은 것도 좀 더 세밀하게느껴볼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라스트 콘서트는 스..
파비앙 오떼니엉뜨 감독의 디스코는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일단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밤의 열기를 떠올려보고그리고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를 떠올려보다가피터 카타네오의 풀 몬티로 옆구리를 살짝 찔러주면프랑스에서 디디에 트라볼따가 비킹스가 되어 등장하는 디스코가 된다. 루저들의 성공담.하지만 이건 거창한 성공담은 아니다.그저 주위의 친한 몇몇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게 된다는 것.그런데 이런 소박한 스토리는나도 모르게 가슴 한쪽이 훈훈해진다.그렇다고 해서 파비앙 오떼니엉뜨감독의 디스코가쉘 위 댄스나 풀 몬티가 보여준 경지에이르렀다는 오해는 금물이지만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왜 아니겠는가?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그 흔한 이야기를 어깨에 힘주지 않고소파 위에서 무릎 튀어나온 ..
자이메 마르께즈 감독의 2007년 작품 도둑들을 별 기대없이 보다가 예상외로 엄청나게 재미가 있었다. 내용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쓸쓸한 감정을 유지하는 톤과 슬로모션과 클로우즈업을 적절히 활용한 인물의 심리묘사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남자주인공을 맡은 (영화속에서 이름이 없었던듯... 기억이 없다.) 후앙 호세 발레스타의 외모도 이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 들어갔다는 생각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두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첫 번째는 소매치기 청년(막 우리나라 나이로 20살이 된 듯하므로) 의 엄마 찾기 여정.두 번째는 소매치기 청년의 사랑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블루톤의 화면에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청년/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완벽한 파트너쉽(엄마가 ..
영화 제목이 왜 플랑드르 일까 생각해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의 시골이 플랑드르라는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플랑드르라는 말이 시골, 비산업화 같은 뜻으로 일반적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는 곳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프랑스인들에게 플랑드르라는 말은 순수, 고향, 모성 등등의 늘 따라다니는 이미지도 더불어 생각해 낼 수 있다고 본다면 플랑드르라는 말은 일종의 ‘마음의 고향’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놓고 보니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이 ‘마음의 고향’에 살고 있는 이제 20대를 지난 듯한 젊은이들의 생활은 무척 무미건조해 보이기 때문이다. 플랑드르가 프랑스의 시골을 상징한다면 이 젊은이들은 프랑스의 시골 젊은이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 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부여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헌터라는 게임의 참가자들로, 총 10번의 게임에서 살아남으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살인게임을 만든 이유가 사람들의 공격성을 완화시켜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데, 이것은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의 주인공인 마르첼로와 캐롤린이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제 캐롤린은 10번째 희생자만 만들면 부와 명예를 손에 쥘 수 있다. 막 9번째 희생자를 죽인 후이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스타가 되었고, CF계약이 성사된다. CF의 내용은 10번째 희생자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영화란 결국 당대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싶어 하는 운명이다. 엘리오 페트리 감독 역시..
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시네마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라는 것이 뭘까?’ 혹은 ‘영화와 연극이 다른 점은 뭘까?’와 같은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 말이다. 명확한 해답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화라고 하면, 나는 뭔가 활동적인 것들, 그러니까 다양한 시청각적 영상미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길 원하곤 한다. 이건 비단 할리우드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아트필름들에서도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다. 그런데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다르다. 정말 연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메르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주구장창,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만 한다. 그러니까 영화적이라고 흔히 말해지는, 미학적인 촬영을 구경하는 것도, 복잡한 편집스타일을 느낄 새도 없이, 영화 시간 내내..
짐 자무쉬 감독의 보고 나니 여운이 길다. 이토록 담담한 러브스토리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미라니... 모로코와 미국에서 떨어져 살고 있는 뱀파이어 부부 아담(톰 히들스턴)과 이브(틸다 스윈튼). 현재 아담이 인디 뮤지션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좋더라. 사실 커트 코베인이 조금 생각났다. 하지만 그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예술적 성과에 영감을 주면서 살아왔다는 설정은 좀 진부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 에바(미아 와시코브스카)라는 캐릭터도 매력이 없어서 그 부분만은 좀 덜 신선한 피맛처럼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아담과 이브라는 뱀파이어 캐릭터와 함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촬영이 무척 탐미적이라서 모든 단점을 상쇄해 버리는 마법을 발휘하더라. 그리고 현대인을 좀비라고 표현하고, 이제 피조차 오염되었다는 ..
공장의 단순직을 잃지 않겠다고 아둥바둥 버티는 소녀가 있다. 그녀는 쫓겨나지 않겠다고 도망가고 문에 매달린다. 필사적인 저항. 하지만 왜소한 몸을 가진 소녀는 그들을 이길 수가 없다. 수습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공장은 그녀를 차디찬 거리로 내몬다. 그녀의 이름은 로제타. 로제타는 다시 한번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건너가는 그녀의 모습을 핸드헬드로 담아내는 카메라. 그 뒤의 장 피에르와 뤽 다르덴 형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문다. 로제타는 생존하기 위해, 단지 살아가기 위해, 단지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쉼없이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제타에게 삶은 너무 힘들기만 하다. 저기 못사는 제3세계의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선진국 벨기에에 살고 있는 소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