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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앙 오떼니엉뜨 감독의 디스코는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일단 존 바담 감독의 토요일밤의 열기를 떠올려보고
그리고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를 떠올려보다가
피터 카타네오의 풀 몬티로 옆구리를 살짝 찔러주면
프랑스에서
디디에 트라볼따가 비킹스가 되어 등장하는 디스코가 된다.
루저들의 성공담.
하지만 이건 거창한 성공담은 아니다.
그저 주위의 친한 몇몇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게 된다는 것.
그런데 이런 소박한 스토리는
나도 모르게 가슴 한쪽이 훈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파비앙 오떼니엉뜨감독의 디스코가
쉘 위 댄스나 풀 몬티가 보여준 경지에
이르렀다는 오해는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다.
왜 아니겠는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그 흔한 이야기를 어깨에 힘주지 않고
소파 위에서 무릎 튀어나온 낡은 추리닝 입고
한손에 새우깡과 다른 한손에 리모콘을 들고
한쪽 팔꿈치로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힘을 주고
몸을 기울이면서
한쪽 다리는 쭉 뻗고 나머지 다리는 반쯤 접어
멍한 눈으로 TV화면을 보다가
흥에 겨우면 큭큭거리기도 하면서 보는 영화의 맛도
꽤 맛있지 않은가...
이런 영화를 평가절하할 이유가 전혀없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 디디에는 한때는
나이트클럽의 디스코 황제 비킹스의 리더였지만
지금은
나이값 못하고 살다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더군다나 사랑하는 아들도 마음대로 못보고
더군다나 어머니 집에 얹혀살기까지 하니
루저로서 그만한 금상첨화가 없다.
아들과 호주로 여행가겠노라고 큰소리 뻥뻥 치고나니
이건 뭐 돈이 있나 그렇다고 로또에 당첨이 되기를 하나
그러나 이 또한 낙심은 금물.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대체로
어느날 우연한 기회로
왕년의 실력을 뽐내게 되거나
숨어있던 끼를 발산하게 되면서 돈도 벌고
위태했던 가장으로서의 위치와 가족의 인정을 되찾는
기발한 재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가장들도 동양과 서양이 좀 달라서
서쪽의 아버지들이 어깨에 뽕빼고 제대로 된 루저의 면모를 보이며
체면이고 뭐고 차릴 것 없는 경우가 많다면
동쪽의 아버지들은 그나마 겉모습은 멀쩡해서
체면치레에는 문제가 없는데 그러다보니
속이 허~~~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좀 다르다면 다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아버지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인정을 받게 된다는
가슴 뭉클한(?) 스토리는 동서양이 따로 없다.
그 인정의 주체가 아내든, 아들이든, 딸이든 아니면 가족구성원 전체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요하건 아버지/가장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안정희구적인 주제에는 변함이 없는 것을.
또한 그것이 대중영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인 것을.
다니엘 오떼니엉뜨감독의 디스코도
똑같은 주제다.
스토리는 좀 달라도 접근 방법은 동일하다.
배경이 프랑스의 어느 항구도시고,
토요일밤의 열기의 존 트라볼타가
결혼하고 늙으면
아마 이렇게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스토리로 진행되면서 게다가 영화예술적 야심은
살짝 내려놓고 있으니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아버지와 이제는 중년이 된
평범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우리 주위의 일상적 아버지/아저씨들이 겪음직한
이야기를 주위 인물을 통해 살짝 드러내면서
주제적인 면에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마트같은 곳에서 일하는 누네이의 승진시험 에피소드.
항만 크레인 기사인 월터의 파업 에피소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젊은시절의 향수를 발산하고픈 잭슨 에피소드에 더해
아들을 만나고 싶은 백수 디디에의 에피소까지
무겁지 않게 일상적인 삶으로서의 아버지/남자들의 이야기는
한때 청춘을 불태웠던 디스코를 통해 폭발하고 삶의 의욕은 충전된다.
거기다 엠마뉴엘 베아르같은 미인과의
환상적인 데이트까지 꿈꿀수 있다면
아버지의 낭만은 대단히 성공적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에겐 가족이 있고
이런 영화는 태생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낯선 여인과의 사랑은 잠시 접어두고
인정받는 남편으로서의 모습과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더 시간을 할애하며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오락영화로서의 전형을 보여주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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