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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부여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헌터라는 게임의 참가자들로, 총 10번의 게임에서 살아남으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살인게임을 만든 이유가 사람들의 공격성을 완화시켜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는데, 이것은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제10의 도망자>의 주인공인 마르첼로와 캐롤린이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제 캐롤린은 10번째 희생자만 만들면 부와 명예를 손에 쥘 수 있다. 막 9번째 희생자를 죽인 후이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스타가 되었고, CF계약이 성사된다. CF의 내용은 10번째 희생자가 죽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제품을 광고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도 영화란 결국 당대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싶어 하는 운명이다. 엘리오 페트리 감독 역시 당시 1965년 이탈리아와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점점 고도 자본주의 사회로 치달아가는 사회. 사람들의 최상위의 가치관은 ‘돈’이라는 물질이며, TV는 그것을 전파하는 악의 전도사라는 것이다. 주인공인 마르첼로와 캐롤린 역시 내내 ‘돈’, ‘돈’거리면서 행위의 동기를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제10의 도망자>가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핍진성을 위한 특수효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지금/여기’의 문제라는 느낌이 강하고, 더군다나 이야기가 코미디 터치가 강해서 부담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는 미래임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헐리우드식 특수효과보다는 여성의 의상과 프로덕션 디자인을 통해 강조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것이 매우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의상으로 자주 사용되는 심플한 이 의상은 꽤 효과적으로 미래적이다. 이 영화 성공의 50%는 아마 의상과 미술의 덕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탈리아 영화라서 그런가 <제10의 도망자>의 모티브는 고대 로마의 글라디에이터 전투사들에게서 따온 것 같다. 그걸 인정이라도 하듯이 영화속에서도 살인게임의 한 방법으로서 글라디에이터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는 결말이 있는 법. 영화는 마르첼로와 캐롤린에게 직접적으로 영화를 끝내야 하니 결론을 내라고 재촉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펼쳐놓은 영화를 어떻게 매듭짓겠는가? 그 방법은 간단하다. 삭막한 세계에서 삭막하지 않는 방법은 사랑밖에 없다는 것인데, 주인공에게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영화라니? 그래야 영화가 끝날 수 있다고 말이다. 코미디라서 가능한 스타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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