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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항상 시네마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영화라는 것이 뭘까?’ 혹은 영화와 연극이 다른 점은 뭘까?’와 같은 이런 원초적인 질문들 말이다. 명확한 해답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영화라고 하면, 나는 뭔가 활동적인 것들, 그러니까 다양한 시청각적 영상미를 공감각적으로 느끼길 원하곤 한다. 이건 비단 할리우드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아트필름들에서도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들이다.

 

그런데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다르다. 정말 연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메르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주구장창,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만 한다. 그러니까 영화적이라고 흔히 말해지는, 미학적인 촬영을 구경하는 것도, 복잡한 편집스타일을 느낄 새도 없이, 영화 시간 내내 그저 마주 보고 하는 대화와 그 이미지만 뇌리에 남아 있게 된다.

 

올레 tv에서 감상한 1990년 작품인 <봄 이야기>도 그랬다. 몇 사람 등장하지 않는 인물은 그저 집의 방과 거실, 주방에서, 별장의 방과 거실, 주방에서, 그저 대화만 한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지는 오해와 우연들에 대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갑자기 튀어나오는 현학적인 토론까지.

 

그래도 어쨌거나 시간을 견디고 나면, 잔잔한 감동은 느낀다. 1990년에 살던 프랑스 사람들의 사소한 일상의 자잘한 문제를 듣고 있으면 마치 오늘을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동질감 같은 것들이 느껴지곤 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건 여기나 거기나 다 비슷하구나 하는 그런 느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을 가지고 오해하고 토라지고 망설이다 후회하고 하는 것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컷과 컷 속에서 대화만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삶의 보편성이라는 공감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매력을 못 느낀다. 분명 세세한 디테일이 미장센에 숨어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그게 잘 안보이니 나의 내공의 부족함을 탓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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