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으로 총명 가득한 젊은 영국영화의 기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대니 보일도 어~언 중견감독의 위치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사실 2000년 이후에 발표한 영화들은 초기작같은 임팩트는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일정 정도의 성취와 재미는 안겨준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를 건너뛰었기 때문에 은 오랜만에 만나는 보일의 영화였다. 나름 재미있었고 아론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긍정적 기운도 좋았다. 한명의 인물로 90여분을 끌고 가는 연출의 힘도 느껴졌고 말이다. 영화는 뜬금없는 분할화면으로 시작한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일군의 사람들을 세 개로 분할된 화면속에서 한꺼번에 보고 있는 느낌은 개미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 수수께끼같은 장면은 엔딩에서 다시..
토니 스콧 감독의 을 보면서 든 생각은 처절하다는 것이다.참. 처절하구나. 처절해.뭐가? 무인으로 폭주하는 열차가 처절하냐고? 설마...어떨결에 이 열차를 세워야 하는 사명감을 부여받은프랭크(덴젤 워싱턴)과 윌(크리스 파인)이 처절하다는 거다.왜냐하면 그들은 이 열차를 멈추게 함으로써만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은 대규모 물량공세와 속도감, 위기일발의 연속 등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고 실제 아주 재미있게 봤다.그러나 처절하다는 느낌은 다른곳으로부터 연유한다.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아내와 사별한 뒤 장성한 두 딸을 키우고 있다.성실히 일했지만 딸을 대학에 보낼 돈이 부족하다.딸들은 아버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으며, 집안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은 미미하게만 보인다.또 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를 봤는데, 그런데, 왜 킬빌은 너무 좋았는데, 데쓰 프루프는 그저 그랬던 걸까? 역시 취향이란 무시 못 할 물건인가 보다. 킬빌이 좋았던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본다. 1.우마 서먼이 나왔다는 것. 왜냐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여배우로 거의 한 10년째 요지부동 중. 2.옛 영화들을 "이거 내가 좋아하던 영화거덩?"의 막가파식 인용과 패러디. 그런데 웃기는 건, 사실 패러디된 영화중 내가 좋아하는 건 별로 없더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란티노식으로 인용된 화면은 아드레날린 쏙쏙 뽑아내 주면서 쾌감이 머리 뚜껑을 열어 제낀다는 것. 후에 봤던 장철의 복수가 재미있긴 했지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 브라이드(우마 서먼)과 버니타의 대결 장면에 흐르던 유머들. 물론 오..
인생의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지향, 만약 이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나를 지탱해주는 정체성에 대한 갈망이 인간이 지닌 가장 보편적인 욕망중의 하나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라이언 플렉 감독의 하프 넬슨(Half Nelson)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다. 영화는 인간사의 외연을 차지하고 있는 거창한 거대담론과는 다른 내면에 숨어있는 개인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거대담론은 항상 인간의 개인담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영화속에서 그것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서브 플롯으로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역사속에서 일어나는 모순적인 상황을 통해 그것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
내게 은 꼭 봐야되는 영화였다. 와 의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의 조합이라니...두말할 것 없이 그들은 내겐 환상의 짝궁이다. 그런 점에서 폴 그린그래스가 이라크전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꽤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전쟁영화를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건 팬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이라크전에 관한 영화는 이제 후일담까지 해서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는 마치 전쟁터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성공적으로 전달하였고, 리얼한 전쟁영화란 무엇일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기도 했다. 사실 내겐 지루했던 영화인 도 오프닝 장면이 보여준 박진감은 인상적이었고, 이 영화..
17세의 소녀 가장 리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는 데보라 그래닉 감독의 은 그야말로 꽉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이제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소녀가 맞이하는 현실이라는 세계는 잔혹하기 그지없다. 감독은 리가 현실이 따뜻한 동화속 공간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는 성숙한 소녀로 설정한다. 그러므로 리가 아버지를 찾으면서 실제로 대면하는 세상의 차가움은 잔혹함의 무게를 더욱 상승시킨다. 어떻게 보면 가족을 지키기 위한 한 소녀의 투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녀가 지키려는 가족에 아버지라는 존재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아버지를 찾는 행위가 가족의 빈틈을 메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재를 정당화하려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하고 또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
알란 파커의 영화중에는 음악이 영화보다 더 많이 알려진 영화들이 있다.우선 조르지오 모로더의 음악이 유명한 78년 작품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이후 아이린 카라의 주제곡이 크게 히트한 80년 작품 페임거의 컬트로 추앙받고 많은 매니아를 양산했던 82년도 작품 핑크 플로이드의 월그리고 소울/블루스를 부르는 아일랜드 노동자들의 이야기 91년 작품 커미트먼트여기에 마돈나가 출연한 에비타를 더하면영화와 함께 음악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이 된다. 그중에서도 페임은 아이린 카라의 주제곡이 크게 히트하면서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리메이크작품이 개봉되기도 해서다시 한번 예전 오리지날 작품을 감상했는데마치 처음 본 영화처럼 기억에 없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고기억에 있는 장면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
정말 몇 년 만에 영화를 보고 난 후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 모르겠다. 말이다. 하지만 그 눈물이 조금 낯설고 부끄러웠던 이유는 감정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이라기 보다는 (즉, 영화에 몰입했다기 보다는) 벤자민이 아내와 딸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고 그 이후 그가 어려지기 시작한 후 갑자기 센티멘탈해지면서 만들어진 눈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물 흐르듯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최상의 조건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처럼 보였다. 뛰어난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은 할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드라마 한편을 내 놓았다는 데 의심이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가 종반을 넘어서면서도 무덤덤했다. 재미는 있는데 이상하게 감동이 없었다. 데이빗 핀처의 영화이기 때문에 내가 기대하는 부분이 남달랐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