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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를 봤는데,
그런데, 왜 킬빌은 너무 좋았는데,
데쓰 프루프는 그저 그랬던 걸까?
역시 취향이란 무시 못 할 물건인가 보다.
킬빌이 좋았던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본다.
1.우마 서먼이 나왔다는 것. 왜냐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여배우로 거의 한 10년째 요지부동 중.
2.옛 영화들을 "이거 내가 좋아하던 영화거덩?"의 막가파식 인용과 패러디. 그런데 웃기는 건, 사실 패러디된 영화중 내가 좋아하는 건 별로 없더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란티노식으로 인용된 화면은 아드레날린 쏙쏙 뽑아내 주면서 쾌감이 머리 뚜껑을 열어 제낀다는 것. 후에 봤던 장철의 복수가 재미있긴 했지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 브라이드(우마 서먼)과 버니타의 대결 장면에 흐르던 유머들. 물론 오렌 이시 역으로 루시 리우가 아닌 다른 배우가 나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바램도 있다. 루시 리우라는 이 배우 아무리 해도 정이 안간다.
3.이런 유머와 피범벅과 난도질이 일관성 있게 쭉 영화를 관통하고 있으면서, 마지막 난데없는 일본정원에서의 엔까까지 타란티노의 감각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느꼈기 때문에 생각해볼수록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다.
그렇다고
데쓰프루프를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뭐’하다. 작정하고 3류영화스럽게 만들겠다는데 어쩌란 말이냐. 피가 튀고 살이 튀는 대신 필름이 튄다. 물론 작정하고 튀게 만든 장면들이다. 그걸 B급 영화의 쾌감으로 받아들이면서 칭찬을 할 수도 있고, 나처럼 두리뭉실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뭐 이따위야 하고 욕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시 내겐 킬 빌 보다는 그저 그랬다는 정도. 혹시 킬빌을 보지 않았다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달라졌을수도 있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데쓰프루프는 2개의 이야기가 있고 그걸 연결하는 고리는 장난으로 여자애들을 죽이는 나쁜 놈(사실 천한놈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커트 러셀과 그가 타고 있는 푸른색 차다. 사실 영화는 그게 다라고 할 수 있다.
두개의 스토리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 : 대체로 발랑 까진 여자애들의 수다를 거의 55분정도 지겹도록 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자애들이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보게 된다. 충돌 순간 차가 일그러지면서 다리가 잘려 나가고 얼굴이 반쯤 깍여나가는 등등.
두번째 에피소드 : 역시 대체로 발랑 까진 여자애들의 수다를 30여분 정도 들어준다. 그래도 이번엔 지겹지 말라고 이후에 진짜, 정말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씬을 보여준다. 천한놈 커트 러셀과 두번째 여자애들. 더군다나 이 여자애들은 씩씩하게도 천한놈 커트 러셀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준다. 두주먹 불끈 쥐고 긴다리 휘두르는 그녀들에게 완전 작살 두들겨 맞는 커트 러셀을 보면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한번 느낄쯤, 필살 한방!!! 그 긴다리를 들어 올려 구둣발로 내려 찍는 로자리오 도슨의 모습에서 STOP.
그라인드 하우스용 B급 삼류영화를 표방한 영화답게 구성은 이런 식이다. 그라인드 하우스라는게 드라이브 인 씨어터에서의 2편 동시상영용 영화를 가리킨다는데, 타란티노스럽다는 느낌(느낌은 있는데 그걸 뭔가 말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요상한 문장이라고나...)은 충분히 와 닿는다. 또한 이런 장르매니아들에겐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수도 있었겠지만 머...
나는 매우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려고 하지만 이런 장르는 내 취향은 아니 것 같다고 느낀다. 물론 나도 그라인드 하우스의 추억은 있다. 한국의 그라인드 하우스라 할 만한 동네 변두리 동시상영관에 대한 추억 그런거. 데쓰프루프를 본 후 생각나는 건 영화 자체보다는 나의 그라인드 하우스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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