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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콧 감독의 <언스토퍼블>을 보면서 든 생각은 처절하다는 것이다.

. 처절하구나. 처절해.

뭐가? 무인으로 폭주하는 열차가 처절하냐고? 설마...

어떨결에 이 열차를 세워야 하는 사명감을 부여받은

프랭크(덴젤 워싱턴)과 윌(크리스 파인)이 처절하다는 거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열차를 멈추게 함으로써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블록버스터로서의 <언스토퍼블>은 대규모 물량공세와 속도감, 위기일발의 연속 등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작품이고 실제 아주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처절하다는 느낌은 다른곳으로부터 연유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랭크는 아내와 사별한 뒤 장성한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성실히 일했지만 딸을 대학에 보낼 돈이 부족하다.

딸들은 아버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으며, 집안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은 미미하게만 보인다.

또 다른 주인공인 윌은 아내와 이혼하기 일보직전이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자신의 진심을 아내는 알아주지 않는다.

아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은 꼬여만 간다.


 

공동체가 무인 기관차의 공격이라는 위기에 빠져있다면

프랭크와 윌은 좋은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위치가 무너져내리는 위기에 빠져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돈이 조금 없어도, 폭력이라는 도덕적 실수를 하더라도

항상 존경받고 흔들리지 않을 남자/아버지/남편의 위치라는 선한 옛가치라고 불리우는 그것을

구축하고 복원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차로 표상되는 전통적인 가치를 공격하는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희생정신으로 무장하고 성공적으로 기차를 멈춰 세움으로써

공동체는 위기에서 벗어나며 선한 옛가치라고 명명될 만한 것들은 복원되고

주인공들은 가족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TV를 통해 공동체를 구하는 영웅적인 면모가 생중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히어로는 되지 못한다.

회사(자본)가 그 공은 대신 차지하고 그들은 가족의 인정에 만족하는 것이다.

그런 태도야 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자본은 그것을 등에 업고 발전할 것이며,

또 국가는 자본을 등에 업고 변하지 않을 공동체와 선한 옛가치를 대변하리라는 것인듯.

 


그런 점에서 <언스토퍼블>은 지금까지 선한 옛가치라는 이름으로

기득권을 유지했던 당사자들의 불안이 표출된 영화일 수도 있다.

근대가 시작된 이후 그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혁명(?)들이

나타나고 몰려오고 있는가? 기득권의 입장에서 그것은 폭주하는 기관차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보수적인 세계관을 유지하려는 몸짓이 <언스토퍼블>에는

역시 처절하게 담겨 있다. 그런점에서 토니 스콧 감독의 <언스토퍼블>

퇴행하는 서사라고 할 만 하다.

  

사족

, 어쨌거나, 선한 옛가치니 공동체니 보수적이니를 다 떠나서

좋은 아버지 되기가 이렇게 힘들어야 한다니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죽을 고생을 하며 다이 하드해도 항상 가족으로부터 겉 돌 더만...

열차를 안 세워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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