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그의 영화는 점점 재미있어진다. 내 느낌은 이렇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점점 가벼워진다. 그냥 깃털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그는 점점 영화라는 매체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표준 같은 걸 점점 내려 놓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는 ‘이래야 저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에서 어느덧 벗어나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부담이 적고, 그래서 가볍게 느껴지고, 그래서 깃털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지는 것 같은 것이다. 결국 이런 것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월드를 완성하는 스타일로 굳어지는 것일 테다. 매번 비슷한 유형의 인간, 특히 그다지 정이 안가는 인간들의 잘난 척 대화 같은 거나, 이미 페기 처분 되었다..
권칠인 감독의 은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 보다 야하지 않은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실망할 것은 없는게, 이 영화의 유려한 스토리가 노출에 대한 아쉬움을 아주 가볍게 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유려하다고 느꼈다.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지만 세 주인공의 성격을 명확하게 설정했고, 그 명확한 인물의 성격을 통해 사건이 진행되고, 플롯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물 흐르듯 진행되었고, 나 역시 부담없이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세 주인공인 신혜(엄정화), 해영(조민수), 미영(문소리)이 신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파스럽지 않게 표현했다는 것이 좋았다. 성공한 방송 프로듀서인 신혜는 사귀던 남자가 어린 여자와 결혼한 후, 다시..
조지 하이켄루퍼의 을 재미있게 보았다.이름은 그 누구보다 많이 들어 잘 알고 있는(이름만^^) 앤디 워홀과 60년대 당시의 뉴욕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궁금하기도 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당시는 순수하게 '아트'라는 단어가 날 것 그대로 살아 숨쉬던 시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요즘은 '아트'라는 던어가 그다지 힘이 없지 않나? 나 역시 '아트'는 이데아에서나 존재할 것 같고, 더 중요한 것은 '아트'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틀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은 제목 그대로 앤디 워홀이 실험 영화를 만들던 시절 그가 운영하던 스튜디오 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에디 세즈윅이라는 자유분방한 한 여성의 삶과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하이켄루퍼 감독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밴디트(독일버전)의 감독인 카차 폰 카르니에의 작품이라고 관심이 가긴 했지만실은 제목인 이 꽤 멋있게 보였기 때문에 한번 봐 볼까 하고 선택하게 되었다.그러다보니 감독이 카차 폰 카르니에였고, 익숙한데 누구더라 하다보니 그 의 감독이었고, 이제 기대감 상승하기 시작하고, 게다가 알고 봤더니 늑대인간 스토리더라는 것.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중의 하나가 뱀파이어인데, 비슷한 동네기도 하고, 또 존 랜디스 감독의 을 무척 재미있게 봤던 터라 다시 한번 기대감에 젖어젖어... 그래서 뭔가 색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여성감독이라는 것도 이국적인 영상미를 기대하게 만들게 했다. 사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시리즈에 섹슈얼리티를 배제하면 좀 허전하지 않은가? 하물며 구미호도 사랑때문에 사람이 되지..
거장의 첫걸음을 확인한다는 건 기분 좋은 긴장을 동반한다.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을 정답이라 여기게 될지 서툰 걸음에 얼굴을 붉히게 될지는 모르지만 호기심과 경외심으로 보게 되는 첫 영화는 남다르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다. 는 한국영화의 아이콘이라 할 만한 임권택 감독의 데뷔작이다. 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만주 웨스턴의 시작이 이랬을까? 만주에 발을 내딛지 못한 만주 웨스턴으로 임권택 감독은 그 화려한 경력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을 가득 채우는 마지막 시퀀스의 전투장면이 화려했다. 스키를 타고 활강하며 진행되는 총싸움은 넓은 화면에 제법 어울렸다고 할까? 시각적 스펙터클에 집중했다는 것은 임권택 감독이 영화의 재미라는 부분에 관심이 많았으며, 초기 영화세계에서 그의 관심이 ..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영,웅,호,걸 4형제를 두고 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첫째 영. 택시운전을 하는 둘째 웅. 레코드점을 운영하는 셋째 호, 음악가인 막내 걸이 그들이다. 나이가 꽉 찬 사형제는 각자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다. 첫째는 이웃집 아가씨. 둘째는 택시손님으로 만난 아가씨. 셋째는 여가수. 넷째도 짝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형들의 도움으로 가까워진다. 그들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사랑의 결실을 맺고 합동결혼식을 올린다. 권영순 감독이 만든 50년대의 대표적인 코미디영화인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코미디언 양훈, 양석천, 김희갑, 구봉서가 총 출동하고 있다. 그들은 이 영화에서 뚱뚱이, 홀쭉이, 합죽이, 막둥이라는 별명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후 그들의 캐릭터로 ..
이형표 감독의 을 보기로 했던 단 하나의 이유는 신중현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역시 신중현의 음악은 무척 좋았다. 영화음악은 종종 맡았던 신중현이 직접 연기를 한 것은 이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단, 손발이 오그라드는 신중현의 연기와 영화 스토리는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코미디를 보듯 즐기는 맛도 좋다. 신중현과 엽전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급조되었을 스토리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할 건 없지만, 역시 신중현이 극 중에서 연주 하는 장면에서 만큼은 훌륭했다. 근육이 미세하게 떨리고 기타를 튕기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화면을 뚫고 나올 기세다. 이것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예술가를 보는 듯 했고, 저절로 감동이 느껴진다. 더불어 울고 싶어라로 기억하는 이남이의..
문희, 윤정희와 함께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남정임이 주연을 맡았다. 특이하게도 남정임의 출연작에는 무협영화나 구봉서나 서영춘과 함께 한 코미디 영화도 많은 편인데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던 문희와 윤정희가 주로 고품격(?)을 추종한 멜로드라마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역을 주로 맡았던 것과는 확실히 좀 색다른 행보다. 문희와 윤정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에서 밀렸던 남정임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라는 말도 있긴 하던데, 글쎄 트로이카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던 김지미나 고은아에 비해서도 작품의 선택이 밀린다는 인상이 강하고 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후세대 영화팬으로서 남정임은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얼굴에 욕심이 드러나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다. 문희와 윤정희에게 밀린 자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