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몽으로 데뷔했던 양주남 감독이 1957년에 만든 신파멜로드라마 을 보면서 60년대 후반의 메가 히트작 이 많이 생각났다. 아들을 아버지에게 보내려는 여자,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편의 아이, 그로 인해 외도를 알게 되는 부인의 갈등을 다루는 내용은 고무신 관객으로 통칭되었던 당시의 주부관객들이 가장 확실하게 반응하는 캐릭터들이었을까? 이런 소재는 80년대까지도 지속적으로 변형되며 만들어 진걸 보면 확실히 고정 관객층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은 의 내용에 인물들의 감정의 증폭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리메이크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은 화면이 좋았다. 부드러운 톤의 흑백 영상에 드러나는 당대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편집자 출신의 양주남 감독답게 화면의 전환이 그 당시의 영화에 비해 부드럽..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라니... 정말 모처럼 순수하게 즐겼다.보고나니 재미있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도 흐르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그런데 내가 느낀 재미는 이 영화의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부터 파생된 건 아니다.나는 이 영화 에서 추억을 맛보았던 것이다. 가령 내가 이 영화에서 느낀 재미는 이런 것이다. 배급사와 제작사의 로고가 끝나기가 무섭게 뮤직비디오 한편이 나온다. 1984년의 유명가수였던 POP의 히트곡 POP, GOES MY HEART의 뮤직비디오다. 물론 이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팀은 아니고, 이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팀이다. 그런데 이 뮤직비디오가 기가 막히다. 80년대 중반의 스타일을 그대로 모사해낸다. 노래 역시 당시에 유행하던 리듬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두란두란, 맨..
70년대 후반이 디스코의 시대라고 하지만 흐르는 코 닦기 바쁘던 나완 상관없던 시대였다. 하지만 내귀는 주위에서 흘러나오던 디스코의 리듬을 기억하고 있어 아직까지도 디스코는 즐겨 듣는 음악중의 하나이다. 하긴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는게 디스코는 수많은 음악 장르와 결합해 뉴디스코(?)로 탄생하고 있으니... 항상 곁에 있는 음악 장르이기도 했다. 시대를 초월해 항상 질풍노도의 꼴통들은 존재해 왔고, 영화속의 청춘찬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꿈과 좌절을 얘기하기를 즐겼다. 10년마다 대표작들은 쏟아져 나온다고 하더군. 누군가는 50년대 , 60넌대 그리고 70년대는 를 대표작으로 꼽고 있는데(네이버 홍성진 영화해설). 그럼 80년대는 내 나름대로 꼽아보자면 을 위시한 블랫팻 군단의 영화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생..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을 보면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바로 사유지에서 휴가를 즐기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홀로 운전하다 강에 빠지는 씬인데, 여기서 감독은 여왕이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불현듯 버즈 아이 뷰 쇼트로 넓은 초원지대를 지나고 있는 차(여왕이 운전하고 있는)를 보여준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편집기법이었지만 앞뒤 스토리와 맞물리면서 내겐 어떤 감정적인 동요를 불러 일으키며 그녀-여왕의 심리 혹은 감독이 여왕을 바라보는 시점,관점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우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여왕의 외로움이다. 넓은 초원지대는 그녀가 통치하는 땅, 나아가 영국을 가리키는 듯보이지만, 그녀는 혼자라는 것. 군주로서의 위엄을 지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인간적으로 그녀는 한낱 외로운 여성이라..
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고 저예산이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호러물은 볼 때마다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우선은 어둡고 습한 듯한 화면모양새가 그렇고(저예산일 경우 더 심함), 어떤 감독들의 경우 지나친 고어를 즐기며(이 분야는 정말 적응 안됨), 나아가 합리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초현실적 요소들(귀신, 유령, 흑마술등등)이 뭔가 불안한 심리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호러영화에서의 '무서움'의 원천이 신체훼손등의 고어보다는 과학적 사고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비합리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합리성이란게 인간의 이성이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그로 인해 세상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인다는 안도감-즉, 나에 대한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준비-을 느낄 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악마의 등뼈는 높은 완성도와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공포영화라고 할 만 하다. 스페인 내전중의 한 고아원에 독재자 프랑코에 저항하는 아버지를 둔 까를로스가 도착하고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내전 당시 스페인의 모습에 대한 알레고리에 다름 아니다. 프랑코라는 한 사람에 의해 내전에 휩싸여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던 스페인과 하킨토라는 한 사내에 의해 죽음을 맞는 고아원의 원생과 어른들의 모습을 판타스틱한 분위기로 표현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 두려움을 앓고 있다는 내레이션처럼 프랑코나 하킨토라는 괴물의 출현은 유럽이 앓고 있는 공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21세기에도 계속 되고 있는 전쟁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엔 없었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등..
1983년에 개봉한 문여송 감독의 는 70년대 고교하이틴물의 융성과 쇠락이후 그 대체제로 만들어졌던 대학캠퍼스물의 하나지만 70년대와는 다른 세련된 생활을 영위하고자 했던 시대의 특징을 보여 주듯 성에 대해서도 좀 더 개방적인 태도로 접근했고, 사운드트랙이 히트하면서 감성적인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느 정도 어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싱싱함은 인정할만하다 하더라도 아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당시 대학에 재학중이던 이규형 감독이 쓴 시나리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영화는 동화작가를 꿈꾸는 럭비선수인 용우(길용우)와 아름다운 미대생 선아(최선아)커플을 통해 분출하는 젊음과 순수에 대한 동경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
홍콩서 온 철인 박... 이 휘황찬란한 제목을 보라~~~~~~하지만과연 이 영화가 감독수업을 받은 사람이 제정신으로 만든 영화일까요?그리고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있었던 나는 제정신이었던 걸까요?라고 묻고 싶다다다다....... 왠만해선 못만든 영화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이렇게 황당하고 못 만든 영화가 도대체 얼마만이냐?사실은 기억에도 없다...그래 몇 편 봤을수는 있겠지. 외국영화 통털어서...여기서 잠시 소심하게 넘어가기로 하고.... 그래도 영화는 좀 골라 보는 편이다보니 이상한 영화는 피해가는 편이고한국영화는 왠만하면 용서가 되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좀 너무했다.하지만 더~~~ 이상한 건 참고 참다보면 어느덧 귀여워지기 까지 한다는 그 사실...허허~~~ 해탈의 웃음을 띄게 되리오... 박노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