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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 윤정희와 함께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남정임이 주연을 맡았다. 특이하게도 남정임의 출연작에는 무협영화나 구봉서나 서영춘과 함께 한 코미디 영화도 많은 편인데 동시대에 같이 활동했던 문희와 윤정희가 주로 고품격(?)을 추종한 멜로드라마에서 비련의 여주인공역을 주로 맡았던 것과는 확실히 좀 색다른 행보다. 문희와 윤정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에서 밀렸던 남정임이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품이라는 말도 있긴 하던데, 글쎄 트로이카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던 김지미나 고은아에 비해서도 작품의 선택이 밀린다는 인상이 강하고 보면 꼭 그런것만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후세대 영화팬으로서 남정임은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얼굴에 욕심이 드러나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다. 문희와 윤정희에게 밀린 자존심을 연기로 커버하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뭐, 어쨌거나 공동주연으로 그녀들과 돌아가며 좋은 작품도 많이 남겼으니 오히려 그녀의 개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점에서 <십오야(의 복수)>는 문희나 윤정희가 몸사리며 그다지 선택할 것 같지 않은 영화에서 무술실력까지 보여주면서 연기폭의 확장을 시도한 도전이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더군다나 감독이 임권택 아닌가... 지금은 한국영화계의 거목, 그때는 좋은 흥행영화를 만드는 재주있는 젊은 감독이었을 임권택의 무협영화니 격이 다르다는 거지.^^

 

임권택 감독은 이 시기에 제작자가 요구하는 대로 흥행성이 있을 만한 영화를 주문하는 대로 찍었다고 하는데, <십오야(의 복수)>도 그런부류의 영화중의 하나였겠지만, 나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흥행을 위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제작자와 감독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싶을 정도. 

 

<십오야(의 복수)>는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즈음의 이야기로, 이성계의 신하가 되려는 김진국(이낙훈)과 고려의 재건을 꿈꾸는 박만도(박노식)의 대립. 그로인한 김진국의 죽음. 아들을 바라던 만도 때문에 그의 부인이 어쩔수 없이 자신의 딸과 진국의 아들을 맞바꾸는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고 무협영화의 호쾌한 액션을 버무리고 있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당시의 다른 영화에 비해 무술장면이 실감났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도 좋았고, 움직임도 빨랐다. 단, 옥에 티라면 대역이라는 것이 너무 티가 난다는 것 정도라고 할까. 당시 유행하던 장철식의 홍콩무협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결국 딸은 아버지를 죽이려 하고, 아들은 원수를 아버지라 부르고, 원수인 거목(남진)과 매화(남정임)의 금지된 사랑 등 운명론적으로 풀어가는 인물들의 비극은 촌스럽지만 비장한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다.

 

<십오야(의 복수)>는 전체적으로 대세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순응주의의 주제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은 박만도가 고려의 재건을 꿈꾸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인데... 이렇게 질서를 거스르는 인물을 아주 악독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십오야(의 복수)>는 착실히 내러티브를 구축하며 재미를 만들어내는 초기 임권태 감독의 연출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개봉 : 1969년 6월 5일 뉴서울,코리아,용산,서울,동일,동대문 극장 동시개봉

감독 : 임권택 

출연 : 박노식, 남진, 남정임, 이낙훈, 박병호, 한은진, 안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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