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1월에 개봉된 고교얄개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하이틴 영화는 임예진과 이덕화 주연의 순정만화적 감수성의 소녀취향에서 빠른 속도로 코믹한 남학생들의 우정의 세계로 넘어 온다. 그런데 이런 시장의 흐름을 바꾼 것은 청춘영화의 대표감독이었던 김응천도 문여송도 아니 바로 석래명 감독이었다.이렇게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에 대해 김응천 감독은 고교 우량아로 응수한다. 이 영화는 나름 좋은 흥행성적을 기록했지만 고교얄개의 속편쯤으로 여겨 졌고 (고교얄개의 속편은 얄개행진곡으로 역시 석래명 감독의 작품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후 만들어지는 아류작들의 행진의 시작인 되고 말았다. 고교 우량아가 개봉된 지 일주일쯤 뒤에는 석래명 감독이 다시 고교 꺼꾸리군 장다리군을 개봉시키며 라이벌(?)관계를 만들어 ..
해외에는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많이 제작되었던 우리나라의 B급 액션영화들이 영어 더빙되어 출시된 DVD가 여럿 있다. 마치 홍콩영화인 것처럼 포장된 국적불명의 영화처럼 인식되거나, 세계 트래쉬 무비팬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게중에는 우리나라에는 남아있지 않는 작품도 섞여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쨌든 이번에 보게된 이두용 감독의 도 이런 케이스로 보게 된 경우였다. 한용철의 전설적인 발차기가 전설이 되어 구전(?)되고 있었지만, 테크니스코프로 제작되어 볼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해서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라도 보게 되어 무척 좋았다. 이두용 감독이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중의 한명임은 분명하다. 특히 70년대 후반 이후 토속적 소재로 예술영화계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는 또한 제..
국뽕으로 돌아온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 중공업 회사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총무과장에게 자기소개를 한다. 그중 남국일은 자신만만하고 정의감이 넘친다. 이들은 평소에 주어진 일에 매진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예비군 소집때는 투철한 애국정신으로 무장한 군인이 되어 나라와 직장을 지킨다. 특히 신입사원 국일은 직장예비군에서는 중대장이 되어 그의 직장상사들도 그의 부하가 된다. 유사시에 군수공장이 되는 국일의 회사에 무장공비가 침투하고 실탄도 부족한 상황에서 예비군들은 목숨을 걸고 무장공비를 물리친다. 그들은 산업역군이자 국가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예비군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노골적인 국뽕 혹은 계몽영화인 는 편거영 감독이 건달 대신 예비군을 소재로 ..
용팔이 박노식의 매력이 빛을 발하다. 팔도사나이의 형님 호가 동생들을 돌보다 죽는다. 장례식 날 찾아온 용팔이를 보고 어린 아들 철용은 화를 내며 부조한 돈을 던진다. 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호는 동생들에게 주먹을 쓰지 말고 살 것을 주문했고, 그들은 그 뜻을 받들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지독하게 가난하다. 이 즈음 건달 왕거성이 용팔이 아내 옥희의 미모를 탐내 그녀를 겁탈 한다. 할 수 없이 옥희는 용팔이의 곁을 떠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용팔이는 눈이 뒤집힌다. 그리고 돈 때문에 모든 사단이 났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는 팔도사나이들과의 우정도 저버린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철용이 용팔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마포 백사장에서 용팔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팔도 사나이는 다시..
한국 액션영화 계보에서 당당히 자리잡은 시리즈의 시초 일제시대. 천성이 착한 고아인 호는 마음 좋은 할아버지의 양손자가 되어 곧게 자란다. 그는 의남매인 여동생 선희가 동네 일본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당하자 무술을 배우며 자라 전국 최고의 주먹이 된다. 그의 밑으로 전국 지역을 대표하는 건달 주먹이 도전을 해오면서 그들은 의형제가 된다. 그러나 일제 야쿠자는 일본 경찰과 손을 잡고 농간을 더해가고, 결국 호는 일본 야쿠자와 대결해 통쾌한 승리를 거두지만, 그의 의동생들인 천일과 선희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김효천 감독의 는 한국의 내노라하는 남성액션배우들이 거의 얼굴을 내밀고 있는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이 영화는 67년작품 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아류작이라기 보다는 나름대로 새로..
이건 내 생각에 불과하지만 50~60년대 초중반까지의 한국영화에는 강인한 여성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 그 강인함이라는 것이 거친 남성스러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제의 착취와 노동, 그리고 총칼에 쓰러져간 남성들의 자리를 잠시나마 대신할 수 있는 즉,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 면모를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 여성상을 그리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후에도 가부장의 자리를 대신하는 어머니, 아들, 딸의 모습을 그리는 한국영화는 대체적으로 88년 이전까지는 지속적인 흐름으로 만들어지고는 했고 관객의 호응도 높았던 것 같다. 선 굵은 남성적인 영화를 만든다고 알려진 신상옥 감독의 영화도 알고보면 여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김기영 감독의 는 1955년에 개봉된 에 이어 개봉된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스타일적으로는 이후 펼쳐질 '김기영스러움' 혹은 '김기영스럽다'를 연상하게 하는 김기영 특유의 양식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회비판적 스토리도 아주 좋다. 양반이라는 지배계급의 횡포와 이에 고통받는 민초들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수동과 옥랑의 비극적 사랑은 어쨌거나 양반 아들의 방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초들은 강하다. 마지막 장면이 유실된 영화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시나리오와 생전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유실된 장면은 수동의 어머니가 옥랑을 죽인 후,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진사를 죽이는 결말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김기영 감독은 를 통해 지배계급의 횡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
안석영 감독의 1937년 작품 은 러시아의 고스필모폰드에서 발굴되었는데, 아쉽게도 14분 정도의 분량만 남아있다. 이미 완전한 작품형태로 남아 있는 1934년 작품와 1936년 작품 을 통해 당시 식민조선의 영화의 느낌과 성취를 알 수 있었는데, 비록 14분 분량이긴 하지만 을 통해서도 당시의 영화문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은 익히 알려진 고전을 소재로 사용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더 동화될 수 있었고,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의 심청의 심리묘사를 다룬 시퀀스는 꽤 와닿는 편이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 영화를 통한 당시의 평은 각색이 없다는 등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영화는 릴이 시간순서대로 전해진 것 같진 않았다. 설명책자에도 그렇게 쓰고 있는데, 어쨌든 이 순서가 ..